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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군축 회의 개막...미-북 간 설전 사라져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건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건물.

군축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가 이번주 각 나라들의 토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습니다. 북 핵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각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과 북한 대표간 설전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안드레아 톰슨 미 국무부 군축· 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토론 사흘 째인 10일 미국 발언 시간에 북한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안드레아 톰슨 미 국무부 군축·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10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드레아 톰슨 미 국무부 군축·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10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녹취: 톰슨 차관] “On North Korea, while we remain hopeful for progress on the basis of recent diplomatic engagement, we must maintain pressure on Pyongyang until we achieve the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외교적 관여를 바탕으로 한 진전에 희망을 품고 있지만,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달성 때까지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날 톰슨 차관의 북한 관련 발언은 이 한마디가 전부였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시리아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 것과 대조적인 것은 물론,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던 지난해와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대표의 발언 이후 종종 추가 발언을 요청해 강하게 반발했던 북한은 이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추가 발언권을 행사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북한은 공식 발언 시간이 주어진 11일에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발표에 나선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남북과 미북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상황에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11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11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녹취: 김성 대사] “As a result, days of concern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bout this situ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changed to applause of support and welcome.”

김 대사는 국제사회의 한반도에 대한 우려는 지지와 환영으로 바뀌었으며, 이런 획기적인 한반도의 변화는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김 대사는 북한이 무기 실험을 멈추고, 핵 실험장 등을 폐기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미국도 이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하지 않는 등 자극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한 달 넘게 이어진 1위원회 회의에서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서로를 비방했었습니다.

특히 미 국무부의 로버트 우드 군축담당 대사는 ‘터무니 없다’는 등의 단어를 사용해 비난을 했었습니다.

[녹취: 우드 대사] “We’ve heard these comments over the last four weeks…”

‘평양 정권의 대표’의 주장이 4주간 진행된 군축 회의 동안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겁니다.

당시 우드 대사는 북한이 이번 문제를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국제사회와 북한 사이의 갈등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 또한 미국을 폄하하며 갈등 구도를 이어가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녹취: 리인일 대표] “I just heard such groundless remark of the Washington regime…”

북한 외무성 소속 리인일 대표는 ‘워싱턴 정권’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번 문제는 미국과 북한 간의 갈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잘못된 주장으로 전 세계를 오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처럼 두 나라는 추가 발언권을 행사한 이후에도 추가로 또 다시 발언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설전을 벌였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회의 초반부에 해당하는 첫 주부터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북한을 겨냥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던 나라들이 크게 줄어든 점도 올해 회의에서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지난해까지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던 한국은 지난 11일 조태열 유엔주재 대사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동창리 위성발사장 폐기 약속 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11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11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녹취: 조태열 대사] “Such a positive development in the Korean peninsula...”

그러면서 지난 몇 개월간의 긍정적인 발전은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군축과 비확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 가닥 희망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그 밖에 싱가포르와 몽골,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권 국가들도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 분위기에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북 핵 문제를 여전히 심각한 위협으로 꼽는 나라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독일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검증할 수 있는 단계를 밟을 때까지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스웨덴은 북한의 약속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며 ‘핵실험 금지조약’의 서명과 비준을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노르웨이는 북한의 핵 무기 프로그램을 현존하는 심각한 군축과 비확산 문제로 꼽았습니다.

일본의 다카미자와 노부시게 군축 대사도 북한의 핵 무기와 프로그램, 관련 시설, 탄도미사일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다카미자와 대사] “Japan reaffirms our strong commitment to the goal of achieving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of all nuclear weapons, existing nuclear programmes, related facilities and ballistic missiles of all range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그러자 북한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한 ‘추가 발언’을 요청해 “일본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불편해 하는 나라”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다카미자와 대사가 “지난해와 올해 (일본의) 발언을 신중하게 비교해 달라”고 거듭 밝히자, 북한 대표는 “큰 변화를 찾을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지난 4일 개막해 8일부터 각국의 토의가 진행되고 있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는 오는 11월 말까지 계속됩니다. 위원회는 각 나라들의 토의 내용을 바탕으로 핵 무기와 재래식 무기 등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게 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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