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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대한변협 백서 “김정은 집권 후 인권 상황 더 악화”...유엔·전문가들 "인권 남북대화 의제로 삼아야 “


17일 서울 대한변협회관 대강당에서 ‘2018 북한인권백서’ 발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17일 서울 대한변협회관 대강당에서 ‘2018 북한인권백서’ 발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인권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새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유엔 인권기구와 인권 전문가들은 VOA에 한국 정부가 남북 대화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7일 ‘2018 북한인권백서’ 발간 기념 토론회에서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 내 인권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몇 년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5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88.4%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인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들은 공개처형 등 공포 분위기가 더 조성됐고 주민 동향에 대한 감시가 전보다 강화됐다는 것을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반면 인권 상황이 더 나아졌다는 응답은 11.6%인 5명에 그쳤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기본적 인권뿐 아니라 민생도 사실상 개선되지 않은 것을 파악됐습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9일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주민 1천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런 결과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훨씬 나빠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집권당 의원들, 일부 전직 관리들은 북한 주민들의 민생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훨씬 개선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평양의 슈퍼마켓은 70%가 자체 생산품으로 바뀐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명거리나 신과학자거리는 홍콩·싱가포르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고층 빌딩이 올라가 있었다며 북한이 변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폭스뉴스’와 영국의 ‘BBC’, 프랑스의 ‘르피가로’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공통적인 질문을 받았지만, 자세한 개선 방안 없이 인권이 중요하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습니다.

특히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세계적인 인권 탄압 국가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과 손을 잡고 포옹하는 게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인권은 국제적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그 인권 증진의 효과가 바로 생기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간 협력, 국제사화와 북한 간 협력, 개방의 길로 나아갈 때 인권을 실질적으로 빠르게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인권 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세계 인권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한 '2018 북한인권백서'. 변협은 2006년 북한의 인권 실태를 분석한 '북한인권백서'를 처음으로 발간한 이래 2년마다 북한인권백서 국·영문판을 발간해 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한 '2018 북한인권백서'. 변협은 2006년 북한의 인권 실태를 분석한 '북한인권백서'를 처음으로 발간한 이래 2년마다 북한인권백서 국·영문판을 발간해 오고 있다.

이재원 변호사는 17일 대한변협 토론회에서 투쟁 없이 인권이 개선된 전례는 역사상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재원 변호사] “인권이란 것은 근본적으로 투쟁의 산물입니다. 달래고 대가를 치르고 이런 식으로 인권이 보장된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압박해서 되겠냐는 인식은 참 개탄스러운 겁니다.”

세계 최초의 인권 문서로 볼 수 있는 영국의 ‘마그나카르타’가 1215년에 만들어진 뒤 인류가 현 수준의 인권을 누리기까지 800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인권은 긴 투쟁 속에 이뤄졌다는 겁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북한을 정상국가화하는 길은 인권이 보장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도 VOA에 인권 침해 가해자와 불편함을 겪지 않고 인권이 개선된 사례는 인류 역사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인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해자와 충돌이나 갈등, 불편함을 겪지 않고 해결되거나 개선됐다는 사례는 이제까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 사례는 인권의 교과서와 어떤 논문에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며 저희들이 왜 사용하지 않겠습니까? 인권 문제는 구조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는 주로 강자, 피해자는 약자 입장에 서게 되는데, 강자를 제어하는 게 인권 개선의 중요한 방법인데 강자와 불편함과 갈등을 겪지 않고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겁니다.”

윤 소장은 과거 한국에서 경제가 개선되면 인권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란 개발독재 논리에 강하게 투쟁하며 민주화를 이뤄낸 한국의 현 집권 세력이 북한에는 다시 개발독재 논리를 적용하는 게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개발·군부 독재에 대해 철저하게 저항하고 그 논리에 반대했던 분들이 해야 할 얘기는 아닌 거죠. 지금의 집권 세력은 그 개발 군부 독재에 반대하고 인권의 중요성과 민주화를 이뤄낸 분들인데. 북한에 그런 논리를 평화를 위해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거죠. 인권 개선과 평화에 대한 요구를 함께 제시하고 함께 성취할 수 있는 거다. 그런 경험을 우리 대한민국이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 두 가지 경험을 함께 적용해야 하는 것이지 개발독재에 대한 것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인권적이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라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돼야 실질적인 평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남북 간 다양한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하면서도 그런 대화에 인권도 포함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나 폴슨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장도 VOA에 인권은 현 남북 대화의 일부로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폴슨 소장] “What we think is that human rights absolutely must be part of this inter Korea dialogue or broader negotiation that’s happening right now…”

인권의 일부인 이산가족 상봉 사안이 진전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유엔이 규명한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 문제를 더 이상 미뤄 둬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폴슨 소장은 그러면서 인권 원칙은 대화 후반부가 아니라 초기부터 의제로 삼아 모든 사안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폴슨 소장] “This human rights principle must be part from the very beginning of talks and they must be integrated into...."

유엔은 경제 개발과 안보, 인권이란 세 기둥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고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다른 목표도 성취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하지만 남북 교류가 속도를 내면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 내 노력은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게 많은 인권 단체들의 지적입니다.

북한인권법 제정에 따른 재단설립을 위한 사무소는 폐쇄됐고 내년 예산은 100억 원, 880만 달러가 삭감됐으며 법무부 직속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정원을 줄인 채 본 청사에서 분원으로 이전됐습니다.

게다가 외교부 내 북한인권 협력대사는 현 정부 들어 계속 공석이며 국가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 개선 활동도 과거보다 줄었고 인원도 축소됐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 전수 조사 역시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사실상 독점한 채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북한인권정보센터도 통일부로부터 탈북민 조사 관련 용역을 올해까지로 제한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관계 당국 관계자들은 그러나 VOA에 북한 인권은 항상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라며 업무 조정에 따른 것이지 무시하는 게 아니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VOA에 “남북한 국민이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야 할 권리, 북한 주민들의 민생 등 경제 개선 등 포괄적 차원에서 인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 내 인권 문제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두고 점진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며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되면 인권 문제도 북한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윤여상 소장은 인권 제기를 하면 평화에 역행하고 관계를 파탄 내는 것이란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인권을 얘기하면 전쟁을 하자는 거냐. 인권을 얘기하면 남북대화가 안 된다. 이것은 가설 중에서도 가설입니다. 황장엽 선생이 왔을 때도, 북한 인권법이 통과됐을 때든, 지금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센터가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 남북대화가 단절된 게 아니거든요. 더 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죠. 따라서 인권을 의제에 포함시키면 남북대화가 파탄 난다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겁니다.”

윤 소장은 남북 관계가 나쁠 때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 더 비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관계가 좋을 때 제기해야 성과도 일부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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