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일) 출범한 미-한 워킹그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두 나라의 원활한 공조와 소통에 기여할 전망입니다. 워킹그룹은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생길 수 있는 엇박자를 조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이 워킹그룹을 만든 이유가 뭔가요?
기자)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좀더 체계적, 상시적으로 공조하고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북한과 빠르게 관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엇박자를 긴밀한 상호 협의를 통해 조율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엇박자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
기자) 대북 제재와 관련한 불협화음을 말합니다. 미국은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좀더 적극 나서게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한국은 올해 세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 분야 협력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워킹그룹은 이 과정에서 대북 제재가 느슨해지고, 상호 오해가 발생할 소지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남북 간 경협의 속도를 조절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기자) 워킹그룹의 역할이 거기에 국한된 건 아니지만, 주요 목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대북 협력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제재 예외나 면제 요청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요, 워킹그룹은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관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입장을 바탕으로, 이들 세 요소가 선순환 하는 방안을 모색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과의 `판문점 선언’이나 `평양 공동선언’의 합의를 이행하는 데 미국의 협력이 절대 필요한 상황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개성에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가 좋은 사례인데요, 한국 정부는 이 사무소에 파견된 한국 인원들이 사용하도록 전기와 장비를 공급하고 있지만, 대북 전기 공급은 안보리 제재 위반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측에 상세한 내용을 설명하고 사전 양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보리 대북 결의의 이행과 집행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남북한이 연내 착공식을 갖기로 한 동해안과 서해안 철도와 도로 연결도 그런 사례가 되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도로와 철도 연결을 위한 남북한의 공동조사는 제재와는 무관합니다. 하지만 조사에 필요한 장비와 물자 중 북한 내 반입이 금지된 품목이 포함돼 있어 제재의 예외를 인정 받아야 합니다.
진행자) 워킹그룹의 목표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진행자) 미국은 워킹그룹을 통해 한국이 추진하는 대북 경협의 속도를 비핵화의 진전과 맞추려 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관심사는 남북 경협과 관련해 제재 예외를 인정 받는 것입니다. 결국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의 진전을 추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미국은 어느 하나가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워킹그룹은 남북관계와 제재 문제 외에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인 만큼, 두 나라가 어떤 쪽으로 방향을 정할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북한이 워킹그룹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북한은 한국이 비핵화나 제재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미국 측의 입장에 경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워킹그룹을 자신들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 보고 있습니다. “북남 협력 사업들을 항시적으로 견제하고 제동을 걸며, 비위에 거슬리면 아무 때나 파탄시키려는 미국의 흉심”이 반영됐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워킹그룹은 미-북 간 비핵화 협상과 남북 경협과 관련해 북한의 입장을 반영하는 긍정적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