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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커 박사 "완전한 핵신고서 요구는 큰 실수"…"북 핵 개발 지속 빌미" 반박도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초기 단계에서 북한에 완전한 핵 신고서를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 절차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먼저 미-북이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 조치를 주고 받으며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완전한 신고 없이는 당장 북한의 핵무기를 제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완전한 핵 신고를 먼저 고집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다"

미국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박사는 최근 미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완전한 핵 신고 요구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신뢰를 구축하기보단 더 많은 의심만을 낳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핵 신고서 제출과 검증 합의를 비핵화 약속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10년 방북해 약 2,000기의 신형 원심분리기를 목격한 바 있는 헤커 박사는 완전한 핵 신고서 제출은 김정은에겐 항복 선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핵무기와 핵물질, 시설을 신고하는 건 미군에게 표적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핵 프로그램은 물론 정권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완전한 핵신고서 제출이 비핵화 과정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핵신고는 반드시 검증 약속을 동반하게 되며, 여기에는 핵물질 생산 등 기존의 모든 핵 활동과 시설에 대한 사찰, 검증은 물론 복구 불능에 대한 보증 단계가 포함돼 질질 끌게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핵무기 프로그램의 경우 핵 물질 생산, 무기화 과정, 운반 시스템 등과 연관된 장소만 수 백 곳, 인력은 수천 명에 이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실례로 북한이 지난 2008년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에 관한 1만8천 쪽 분량의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미국이 이후 추가 신고를 원했고, 북한은 미국이 "골대를 계속 옮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협상이 결렬된 사례를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당시 제출 자료에 대한 검증조차 이뤄지지 못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헤커 박사는 미-북 간 신뢰 수준이 북한 측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단계가 아니라며, 먼저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양측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없는 북한'이라는 "합의된 최종 상태(agreed end state)'에서 협상을 시작하되, 북한이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시작으로 영변 5MWe(메가와트) 원자로 폐기를 제안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측엔 관계 정상화와 관련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가면 영변 활동에서 시작된 조치가 북한 핵 프로그램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9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헤커 박사의 주장이 현재 상황과 차이가 있는 전제에서 출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This administration isn't asking for a full declaration initailly..."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북한에 원하는 것은 '완전한 신고서'가 아닌 '초기 신고서'라는 겁니다.

이 초기 신고서에는 주요 핵물질 생산, 재처리 시설, 원자로, 핵무기 생산 시설 등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IAEA 등 국제 검증단이 먼저 현장을 살펴본 뒤 북한이 완전한 신고서를 제출하면 그 때 검증 절차를 수립하는 것이 자신이 이해하는 미국의 구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올브라이트 소장은 미국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규모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The United States has to know what we're talking about here, but Hecker's approach would limit..."

하지만 일부 핵 시설에 집중한 헤커 박사의 접근은 이를 파악하는 방법을 제한시키며, 결국 북한이 비밀 장소에서 추가 핵무기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단계적인 조치를 강조한 헤커 박사의 접근이 과거 6자 회담에서도 시도됐지만 실패했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적했습니다.

한편 과거 북한 핵사찰을 담당했던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도 핵 신고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사무차장] "To get the full declaration from North Korea and then we are in a better position to judge how to go about it and to move on for the next step..."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영변 원자로 폐기가 핵심적 조치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비핵화의 중요한 축인 검증의 시작은 신고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또 북한이 허위 신고서를 제출하거나 일부 핵 프로그램을 숨기려 하면 그것을 밝히는 건 어렵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100% 확신할 순 없지만, IAEA가 보유한 정보와 장비 등 모든 것을 동원하면 북한이 제출한 신고서를 검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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