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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시험장을 찾아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시험을 지도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달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시험장을 찾아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시험을 지도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달 16일 보도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두 주 가까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관심을 모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관계가 풀리지 않자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갔던 것 같다고 말하는데요. 미-북 관계가 풀릴 것인지, 김 위원장이 과연 연내 서울을 방문할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평양북도 대관유리공장 시찰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평소 2-3일에 한번 꼴로 현지 지도나 공개 활동을 해온 것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뭔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그렇게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 깊은 고민이나 결정을 위한 소통의 시간일 수 있고, 아마 고위급 회담,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서울 답방 이런 것들이 모두 고민거리일 겁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북 관계가 뜻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초 북한이 구상했던 시나리오는 11월께 미국과 고위급 회담을 열어 대북 제재 완화를 약속 받고, 이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평양의 이 같은 구상은 지난달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통전부장의 고위급 회담이 막판에 취소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당시 미 국무부의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것은 단순히 일정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팔라디노 부대변인] “Schedules change all the time in fact. Sometimes we make these things public, sometimes as our schedules change..."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일정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문제의 본질은 핵 신고와 제재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라고 말합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북 제네바 핵 협상을 담당했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북한은 회담이 열리더라도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 don’t think North sees any possibility of progress in a meeting with the US. “

실제로 미국과 북한은 지난 두 달 간 핵 신고와 제재 해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10월 말 강원도 원산의 갈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하면서 미국의 대북 제재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중방]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는 적대세력이 우리 인민의 복리와 발전을 가로막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매달려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에 대해 핵 신고와 검증을 요구하며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풀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도 대북 제재 해제를 바라지만 그러려면 북한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d love to take the sanctions off. But they have to responsive too. It’s a two way street. But we are not in any rush at all. There’s no rush what so ever.”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13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펜스] "Pressure campaign will continue and sanction will remain in full.."

이어 펜스 부통령은 15일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 신고와 폐기, 사찰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이전에 핵 신고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핵 신고가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사실상 전제조건이라는 뜻이라고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전제조건이라고 말은 안했지만 실제로 회담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죠, 중간선거도 끝났고, 1차 회담과 같은 결과가 나오면 그건 트럼프 대통령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펜스 부통령도 그런 언급을 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

서울 답방도 김정은 위원장의 또 다른 고민거리 입니다. 지난 9월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가까운 시일내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미-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서울 답방도 불확실해졌다고 한국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북-미 간에 정상회담이 미리 있고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남한을 답방하는 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인데 이 게 뒤로 밀렸기 때문에, 그런데 남북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연내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고민에 좀 빠진 거죠.”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 앞에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지금이라도 미-북 고위급 회담을 재개해 핵 신고 의사를 밝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1월 중 트럼프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물론 약속대로 서울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도 가질 수 있습니다.또 핵 신고를 지렛대 삼아 미국으로부터 단계적인 제재 완화를 끌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방안은 지금처럼 교착 상태를 유지하면서 버티기를 계속하는 겁니다. 대놓고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아쉬울 것은 없다며 기다리는 겁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느긋하다는 겁니다. 요즘 트럼프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북한 문제는 급할 것이 없고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폼페오 국무장관은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추운 겨울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기름이 부족한데다 외화 사정도 빡빡한 상황에서 북한이 겨울을 지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합니다.

[녹취: 조한범] 아무리 북한이 자력갱생을 외쳐도 경제가 버티기 어렵죠. 수출 90% 중단, 석유 수입 절반 중단, 송금 전면 중단 이렇게 가면 북한경제가 버티기 어렵고,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죠.”

세 번째는 미국과의 정면 대결을 선택하는 겁니다.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며 다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11월2일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 권정근 소장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으면 핵-경제 병진 노선을 다시 추구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보란 듯이 무기 개발 현장을 현지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중방] “우리 당이 중시하며 그토록 기다려온 첨단전술 무기 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한 국방과학 부문의 일꾼들과 과학자, 기술자, 군수 노동계급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문제는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겁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을 선택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애써 이룬 1차 미-북 정상회담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재개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남북관계도 파탄이 납니다.

전문가들은 평양의 수뇌부가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을 주목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뭔가 중재안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모종의 공감대가 이뤄졌을 공산이 있다는 겁니다.

다시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금년 경우를 보면 북-미 관계가 교착 국면에 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저런 중재, 촉진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만남을 통해 뭔가 돌파구가 열리면, 그래서 만약 12월 중에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답방 가능성도 커지고, 북-미 정상회담 시기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겠죠.”

미-한 정상회담을 지켜본 평양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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