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는 가운데 양측의 태도가 점차 비타협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거친 표현으로 협상 상대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을 비난하고 나서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현재의 답보 상태를 푸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히려 각각 추가적인 제재 조치와 상대에 대한 거친 비난 등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제(13일) 관영매체 논평을 통해 대북 제재에 대해, 미국 고위 관리들의 “비정상적인 뇌 기능 작동과 피해망상적 행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은 10일 김정은 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최룡해를 비롯한 정권 고위 인사 3명을 북한 내 인권 유린의 책임자로 지목해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최근 들어 원활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지난 10월 7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두 달 넘게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폼페오 장관이 협상 상대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두 차례나 미국으로 초청했지만, 북한은 거부했습니다. 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8월에 임명된 이후 아직 단 한 번도 대화 상대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만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협상 상대들을 아예 만나려 하지 않는 건가요?
기자) 정황상으로는 그렇습니다. 북한은 어제(13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미국의 대북정책 책임자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의 보좌관들,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의회의 정객들 누구라 할 것 없이 제재와 압박이 문제를 푸는 마술의 열쇠인양 떠들어대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폼페오 국무장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은 비핵화 협상의 미국 측 책임자인데요.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 건가요?
기자) 북한이 논평에서 폼페오 장관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고위 인물’이라며 지적한 내용을 보면 누구인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평양 방문 때와 미국으로 돌아가서의 태도가 전혀 다르고, 다음 번에 또 와서는 “천연스럽게 히죽거리며 손을 내미는 것을 보면 낯가죽이 두터워도 여간 두텁지 않다”는 겁니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거부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대화 상대방을 이렇게 비난하고 다시 마주 앉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진행자) 북한은 지난 5월에 정상회담이 한 차례 취소되는 사태를 겪은 이후에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온 것으로 아는데요. 이례적이네요?
기자) 네. 이번 비난은 관영매체의 논평 형식을 취하고 있고, 공식 문건으로 문제를 제기한 건 아닙니다. 지난 5월 당시 외무성의 김계관 부상과 최선희 부상이 각각 개인 담화 형식으로 미국 고위 인사들을 비난했던 것보다는 수위가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논평을 통해 미국을 겨냥한 비난과 불만을 여과 없이 공표한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최근의 교착 국면에 미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기자) 설득과 압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폼페오 국무장관,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 등이 내년 초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언급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동시에, 추가 제재를 통한 압박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8월부터 최근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와 인권 관련 제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반 년 사이에 미국이 이처럼 많은 대북 제재 조치를 단행한 건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진행자)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지적도 있지요?
기자) 무엇보다,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번 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전혀 거론하지 않았고, 북한 문제에 관한 트위터 글은 한 달 전인 11월13일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이는 폼페오 장관도 마찬가지인데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거나, 북 핵 문제 해결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등의 발언은 시간에 쫓기는 북한의 행동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양측이 이처럼 신경전을 계속하다 비핵화 협상의 판이 깨지지는 않을까요?
기자) 현 단계에서 판이 째질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다 상대에 대한 비난까지 더해지는 상황에서는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