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미국인의 북한 여행 허용을 시사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을 미·북 간 교착 국면을 풀어보려는 시도로 풀이했습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건데, 실제로 대화 재개의 촉진제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모든 추가 조치는 북한의 ‘태도 변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 무기 조정관은 북한 여행금지를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보여주려는 미 행정부의 노력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t is just an effort to show some improvement in relations, and maybe the hope is that the North Korea will offer some gesture in return. Maybe they will allow Choi Son-hui to finally meet Beigu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이를 통해 북한의 상응 조치를 기대하는 것 같다며,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와의 만남을 수용하는 것이 그런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8월 임명된 비건 대표는 북한이 계속 실무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부상과 단 한 차례도 회동하지 못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비건 특별대표의 이날 발언은 북한에 협상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상당히 중요하며,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유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t is a signal to North Korea that US administration is willing to negotiate and I think this is a very important signal. I think it is a very useful signal from the Trump administration. I mean travel ban is still in place. It’s only relaxed marginally, so it is an incremental move and it is a wise move by the Trump administration.”
북한 여행금지 조치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으며, 이번 재검토 발언은 인도적 지원에 국한된 미미한 단계적 조치로 트럼프 행정부의 현명한 움직임이라는 지적입니다.
다만,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완전히 되돌리는 데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t can be easily imposed again by executive order, but I am not sure that it will be reimposed simply because the talks hit a snag, it was imposed the first time because of the horrible treatment of the US citizen by North Korea, and if there’s not such a further incident, it is hard to make legitimate case for tighten up the travel ban.”
여행금지는 행정명령으로 쉽게 되살릴 수 있는 것이지만 단지 미·북 대화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채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게다가 북한 여행금지의 원인을 제공한 오토 웜비어 사망과 비슷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 한 해당 조치를 다시 시행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도 북한 여행금지와 관련한 비건 대표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관계에 고무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 재개를 위해 미 행정부의 입장이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US’s position is evolving in order to make resumption of serious talks more likely. There’s nothing irreversible about US’s positon that travel for humanitarian purpose. I mean this could be turned around next day, But I don’t think it will be, I think this is the direction US wants to go.”
갈루치 전 특사는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한 북한여행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은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취하는 모든 조치는 반드시 북한의 ‘태도 변화’와 맞물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지낸 세바스찬 고르카 입니다.
[녹취: 고르카 전 부보좌관] “When I was in the White House, the phrase that we used was behavior modification. We have to see North Korea behaves differently in ways that stabilize region and bring some normality to our relations. Every individual measure has to be compared against objective of behavior modification by Pyongyang.”
백악관 재직 당시 북한의 ‘행동 변화’라는 문구가 사용됐다면서, 북한이 역내 안정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다른 행동을 보이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이 취하는 각각의 조치는 북한의 ‘행도 변화’라는 목표에 부응해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고르카 전 부보좌관의 설명입니다.
전직 관리들은 미국의 이번 발표가 미·북 협상을 재개할 촉진제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인도적 지원 목적에 한 해 여행 금지 조치가 풀린다 하더라고, 지금의 교착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The stalemate seems like it’s going to continue for some time. I mean that’s a good idea, but I doubt it it’s going to be enough to really change North Korea’s insistence on substantial sanction relief.”
교착 국면을 풀기 위한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제재 완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만큼 북한이 이에 응할지 불투명하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역시 이번 조치가 최근 미국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