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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지지부진한 미-북 공동성명 이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의 단독회담장에 입장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의 단독회담장에 입장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의 합의도 이행이 멈춘 상태입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이행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행이 예상대로 매우 부진하군요?

기자)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멈춘 상황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성명은 양측이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한다고 돼 있습니다. 북한은 또 신원이 확인된 유해의 즉각적인 송환과 한국전쟁 포로와 실종자 유해 발굴, 수습에 나설 것을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공동성명 합의 중 유해 송환이 유일하게 이행됐네요?

기자) 그나마 부분적으로만 이행됐습니다. 북한은 정상회담이 열린 지 한 달 보름 뒤인 7월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에 55구의 유해를 미국에 인도했습니다. 공동성명의 합의가 일부 이행된 유일한 사례인데요, 하지만 유해 발굴 작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공동성명에는 4개항의 합의 조항 외에 3개 실천항목도 담겨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측이 공동성명의 조항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정상회담 결과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협상을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열고,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 안전을 고취하기 위한 새로운 미-북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한다고 돼 있습니다.

진행자) 사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해서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지요?

기자) 맞습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비판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이행 시한도 없어서,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가령, 실천항목에 두 정상이 ‘공동성명의 조항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돼 있지만, 완전한 이행의 의미, 그리고 신속한 이행의 경우도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니 딱히 합의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지요?

기자) 네. 공동성명에서 핵 동결에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 위반은 아닙니다. 다만, 합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은 가능합니다. 제재와 관련해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추가 제재가 적대관계 청산을 통한 새로운 관계 수립 약속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지만, 공동성명에 제재에 관한 규정은 없습니다.

진행자)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남북한 정상이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있는데요. 판문점 선언 이행은 어떤가요?

기자) 상당 정도 이행이 이뤄졌습니다. 남북한의 분야별 고위급 회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교류협력, 8.15 계기 이산가족과 친척 상봉,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 등이 모두 성사됐습니다. 남북한은 이후에도 `평양 공동선언’의 합의에 따라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공동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오늘(26일) 개성에서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열었습니다. 남북 간 경제협력이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데 대해 미국에서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행이 더딘 이유가 뭔가요?

기자) 핵 목록 신고와 사찰, 핵무기 일부 폐기, 그리고 종전 선언과 제재 해제 등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아무런 합의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무회담에서 다뤄야 하는데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은 추가 정상회담을 주장하면서, 실무회담에는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 아닌가요?

기자) 미국과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70년을 적대관계에 있었고, 또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한 지난 30년에 걸친 양측의 협상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는 지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라는 양측의 궁극적인 목표를 최대한 신속하게 달성하는 방안이 뭔가요?

기자) 2차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내용과 이행 시기를 자세히 정한 로드맵이 마련돼야 합니다. 로드맵에 대한 합의 자체가 쉽지 않겠지만, 로드맵이 없으면 마치 선박이 나침반과 목적지 없이 항해하는 것처럼, 협상과 비핵화 진전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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