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북한 정권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인권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2014년 이후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퀸타나 특별보고관] “Human rights situation at the moment has not change on the ground in North Korea despite this important progress……”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0월 유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보와 평화 등에 관한 최근의 중요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의 인권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총회는 지난 17일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을 강조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전면 배격한다고 주장했지만, 유엔 차원에서 제재를 가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유엔총회 결의안들에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t gives the opinion and concerns and recommendation of the general assembly…….
유엔총회는 결의안을 통해 의견과 우려, 권고들을 제공할 뿐, 법률적으로 구속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킹 전 특사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한 정권의 핵심인사 3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최근 대북 인권제재도 다분히 상징적인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제재대상자들이 미국을 여행하거나 미국 은행들과 거래를 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킹 전 특사는 그러나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북한 정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북한의 인권 유린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려는 시도가 아직 성사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의 노력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코헨 전 부차관보] “This is a warning to the regime that in order to have some legitimacy……”
ICC 회부 노력은 북한 정권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주민들을 대하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최종보고서를 통해 국제형사재판소(ICC)회부를 권고한 2014년 이후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유엔 장애인권리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했습니다.
또한 지난 해에는 유엔 산하 아동권리위원회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심사에 응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인권 관여 정책에 호응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안현민 연구원은 지난 8월 말 북한인권백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공개처형 대신 비공개 처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안현민 연구원]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공개처형에 대한 비난에 압박을 느낀 북한 정부가 공개처형 대신 비공개 처형을 진행하고 있어, 비공개 처형 사건의 발생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는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이 북한 주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숄티 대표] “They are not forgetting about the people of North Korea, and that’s where our focus should be…”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을 잊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점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숄티 대표는 앞으로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북한 인권이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