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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퀸타나 “김정은의 신년사, 인권 대화에 참여할 때만 실현"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민생 개선과 국제 위상은 북한이 인권 대화에 참여할 때에만 실현될 것이라고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말했습니다. 최근 불거진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망명 시도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망명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는 국제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사회적 권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 북한 주민들의 민생 개선을 강조한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 그러나 김 위원장이 말하는 북한의 국제적 위상은 국제사회와 인권 대화에 참여할 때만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the international prestige of North Korea, that according to the Leader’s speech , continued to be raised because of the negotiations, would only become a reality as long as the country opens up to a human rights dialogue.”

표현의 자유 등 세계인권선언이 보장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존중은 북한의 경제발전 계획과 남북경협 프로젝트, 국제 협력에 필수 조건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개발과 인권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하며, 서로 떨어져서는 어느 것도 실현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남북·미-북 대화 등 여러 긍정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극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it is all the more regrettable that the reality for human rights on the ground remains unchanged, and continues to be extremely serious.”

퀸타나 보고관은 특히 평양이 아닌 지방 취약지역 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을 지적하며, 남북한 사이의 치유와 관계 개선, 평화 과정은 반드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과의 어떤 합의에도 인권이 포함되지 않으면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남북 철도 연결과 현대화 사업, 개성공단 재개가 안고 있는 노동권 위반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For example, the construction of railroad or reopening of Kaesong Industrial Complex. Question will be What will be the labor standard of the workers from North Korea…”

북한 내 심각한 강제노동 실태에 비춰볼 때 이런 건설 협력사업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어떤 노동기준을 적용할지 등 당사자들의 책임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협력사업에 앞서 북한 주민의 노동권, 북한 내 만연된 성분과 여성 차별 등 기본적 권리의 존중에 대해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 사실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면서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미-북 정상회담과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다뤄지면서 인권은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을 다섯 번째 방문해 외교부와 통일부 고위 관리들을 만난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 정부 관리들이 남북 화해와 평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게 향후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불거진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가족의 망명 시도에 대해서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라면서도 망명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권리임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What I have to say is that according to international law, every person has rights to request the asylum.”

모든 사람은 망명을 신청할 권리가 있으며, 관련 조건에 부합하면 난민으로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또 지난해 악화된 인권 문제의 하나로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받는 지속적인 학대와 고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내 인도적 사안에 대해 거듭 우려를 나타내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지원단체들의 활동이 제한받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가 인도적 사안에 미치는 문제는 최대한 빨리 제기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지난 3년 동안 북한 정부에 방문조사 등 협력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됐다며 이는 유엔헌장의 국제협력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인권 문제를 부인한 채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는 북한체제 전복을 위한 정치적 음모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에서 탈북민 사회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방문해 탈북민들을 면담하고 인권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등 조사 활동을 벌였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오는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정기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자 추궁 관련 내용도 담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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