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도적 대북지원을 어렵게 만드는 일부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국 내 탈북민들은 인도적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분배 과정의 투명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데다 정권 유지에 악용될 수 있어 득보다 실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서부에 정착한 탈북민 폴 씨는 1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이 일반 주민들 보다는 당 간부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폴] “인도적 지원이 나오면 밀가루가 나오고 쌀이 나오는데, 노동자들에게 1kg 갈 때 간부들은 25kg 아니면 50kg씩 가져가거든요.”
폴 씨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이 들어가도 결국 정권에 충성하는 간부들만 잘 먹고 잘 사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외부 세계의 인도적 지원을 북한 정권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부 세계의 인도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이 모두 우상화와 체제 유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탈북민은 의약품이나 식량의 대북 지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 주민들 보다는 북한 정권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익명 탈북민] “ 100 이라는 지원 물자가 갔으면 북한 주민들에게 1이 돌아갈 수도, 10이 돌아갈 수도 있고, 나머지 90%나 99%는 정부를 유지하는데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의 무기 개발이나 군사력 강화에 이용된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아울러 인도적 지원 물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기도 매우 어렵다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때 분배 감시를 반드시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동부에 정착한 탈북민 데보라 씨는 북한 정권이 외부 세계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거기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것을 하나도 보여주지 않고 평양 같은 곳에서 연극처럼 짜여진 각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북한에 가서 눈으로 현실을 느낄 수도 없고요…”
데보라 씨는 이런 상황에서 지원 단체들이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자들과 같이 돌아다니지 말고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서부에 사는 탈북민 제임스 씨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당초 목적대로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북한의 체제 유지에 이용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려면 철저한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만약 지원을 해야 한다면 100%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고 싶어요.”
제임스 씨는 전임 클린턴 행정부 등 전임 미국 행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모색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 즉 체제의 변화가 없이는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미 중서부에 사는 탈북민 김해성 씨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해성] “북한에서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그것이 북한 당국에 의해 악용되지 주민들한테는 크게 개의치 않는단 말입니다.”
김 씨는 북한이 인도적 지원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선정해 진행한다며, 따라서 인도적 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 정부도 인도적 지원의 영향을 막기 위해 강력한 선전 선동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