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휴대전화(손전화기) 보급 대수와 실제 사용자 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 내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단체와 전문가마다 추산 규모에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휴대전화를 활용한 남북 비즈니스와 기술 협력의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의 휴대폰, 즉 손전화기 사용 인구는 얼마나 될까?
북한 정부가 다른 나라처럼 투명하게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진단 규모가 천차만별입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북한에 보급된 휴대전화가 600만 대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후덕 의원] “최근에 북한의 핸드폰이 600만대가 된다고 그래요."
[조명균 장관] “예,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윤후덕 의원] “최근에 특강하실 때 제가 들었어요. 중·고등학생도 그걸 가지고 다닌다고 그래요”
[조명균 장관] “예”
[윤후덕 의원] “그럼 게네들도 방탄소년단을 이걸(스마트폰) 통해 유튜브로 봅니까?”
[조명균 장관] “북한 인터넷이 개방돼 있지는 않고 우리로 보게 되면 내부망처럼 돼 있어서 제약은 있습니다만 그런 것이 북한 청소년 사이에 유통되고 있다, 이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해 9월 북한 휴대폰 사용자가 58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입국 탈북민과 관련 문건을 공동 분석했다며, 북한에서 휴대전화 가입비로만 최소 17억 달러의 현금이 유통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최근 언론에 북한의 가입자 수를 500만 명으로 추산했고, IBK 북한경제연구소의 조봉현 부소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가입 규모를 60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북한의 이동통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정진 KT 개성지사장 겸 남북협력 TF 팀장은 28일 ‘VOA’에, 실질적인 가입자는 450만 명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진 지사장] “북한이 통계를 워낙 공개하지 않는 나라여서 다 그냥 약간의 추측 갖고 하는데, 저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생각하지만, 실가입자는, 그러니까 한 개인으로 할 때는 450만 명을 넘지는 못하지 않을까 이렇게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이 지사장은 휴대전화에 끼워서 쓰는 SIM 카드(유심칩) 사용을 실제 가입자 규모로 일각에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이 SIM 카드를 2~3개씩 구매해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규모를 조금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녹취: 이정진 지사장] “북한의 경제 규모라든가 지금 제재 상황에서 외화가 갈수록 유동성이 없어지는데 과연 그렇게 늘 수 있을까?”
조봉현 부소장은 보급 규모와 실제 사용자 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부소장] “휴대폰 보급 대수와 휴대폰 사용자 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보급 대수는 휴대폰을 사용하려면 가입을 해야 하잖아요. 그 가입자 수가 사실은 보급 대수잖아요. 개인이 가입할 수도 있고 기관이 가입할 수 있고 등등. 그게 600만 대 정도 되는 거로 추정이 되는 겁니다. 휴대폰 사용자 수는 아마 500만 명 조금 안 되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북한 주민 거의 4명 중 1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보도가 잦아 휴대전화가 한국처럼 보편화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지난 2017년 기준으로 6천360만대로 인구 100명 당 124.9개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휴대전화로 금융과 교통비 등 다양한 결재가 가능하고 속도가 빨라 운동경기를 생중계로 시청하며, 군대도 올해부터 사병의 휴대폰 사용을 허가하는 등 생활 필수품이 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오라스콤이 발표한 360만대를 기준으로 휴대전화 사용 인구는 100명당 14.2 명. 보급 대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무리입니다.
북한은 최근 기존의 고려링크에 강성네트, 별 등 3개사가 경쟁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출신인 KDB산업은행의 김영희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은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 대수를 500~600만 대로 추정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전화기의 질과 서비스 형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팀장] “전화기가 다 달라요. 스마트폰을 쓰느냐, 우리가 2G, 3G, 4G, 5G 이렇게 하잖아요. 이게 좋은 폰을 쓰느냐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지 접이식 등 싼 것은 싸요.”
대도시와 대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 비율이 아주 높지만, 지방은 스마트전화기가 아닌 접이식 전화를 많이 사용하고 평양처럼 인트라넷을 통해 물건 구입도 힘들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전화기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보고에서 휴대전화 단말기 평균 가격을 100~200 달러 정도로 추산했습니다.
[녹취: 조명균 장관] “지금 현재 3G 아래로 보고 있습니다. 핸드폰 가격이 대략 100 달러에서 200 달러 사이에 판매가 되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조 장관의 지적처럼 북한 내 휴대폰 서비스 속도는 3G 이하로 매우 느리고 인터넷 접근이 불가능해 경제발전과 제대로 연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시장조사 업체에 따르면 한국에서 팔리는 스파트폰 도매 평균 판매단가는 지난해 9월 기준 529 달러.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입니다. 또 사용료는 다양하지만, 매달 60 달러 정도를 지불하는 가입자가 가장 많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삼성과 LG 등 세계적인 휴대폰 판매 업체들이 국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조봉현 부소장은 이 때문에 남북한이 휴대전화를 통한 비즈니스와 기술 협력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부소장] “휴대폰을 활용한 비즈니스 쪽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많이 일반화돼 있잖아요. 심지어 휴대폰으로 결제도 다 하고 지하철과 버스비도 다 결제가 되는 것처럼 북한도 그런 형태로 가도록 우리가 비즈니스 협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기술 개발과 시스템 구축 이런 쪽도 필요하겠죠.”
김영희 팀장은 과거 북한이 일본에서 중고품들을 대거 수입한 것처럼 한국 내 중고 휴대폰을 북한에 값싸게 제공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T의 이정진 지사장은 북한의 개방과 시장화 확산, 정부 사업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북한의 휴대전화 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진 지사장] “개방과 시장화 확산이라고 보죠. 지금 한정된 시장화, 그 안에서 일어나는 관료들의 부정부패 등으로 외화의 파이가 안 커지고 있으니까 제재가 풀리고 협력이 확대되면 (휴대폰) 가입자도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