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어제(31일) 연설은 미국이 처음으로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를 공언한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미국은 비핵화와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을 염두에 둔 `큰 틀’의 합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과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의 내용에 대해 설명한 건 처음이지요?
기자) 네. 지난해 8월 임명된 이후 공개석상에서 현안에 대해 설명한 것 자체가 처음입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연설과 한반도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씨와의 대담을 통해 미-북 비핵화 협상의 의제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핵무기가 북한 땅을 떠나고, 제재가 해제되며, 대사관에 국기가 내걸리고, 평화조약이 체결되는” 것을 미-북 협상의 결말로 제시했습니다. 목표는 국교 수립임을 분명히 한 겁니다.
진행자)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이 주장해 온 상응 조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미국도 “신뢰를 가져다 줄 많은 행동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단계적, 동시적 행동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것임을 처음으로 밝힌 겁니다. 비건 특별대표의 연설 직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진전을 추진할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했다고 비건 특별대표가 공개한 비핵화 조치는 구체적이고 진전된 내용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네. 영변 지역을 포함해 북한 내 모든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현재의 핵을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제재 완화 등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핵 신고와 비핵화 로드맵,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된 건가요?
기자) 이 부분 역시 비건 특별대표의 어제 연설에서 관심을 끈 대목입니다. 핵 목록 신고와 핵무기 폐기 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당장 실현해야 할 과제로 꼽지는 않았는데요, 미국이 매우 유연하고 현실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달 말로 예정된 정상회담에서는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전면적인 폐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종전 선언을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70년에 걸친 전쟁과 적대 행동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핵 개발의 이유로 주장해 온 적대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관계 수립의 길로 나아갈 것임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연락사무소 설치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비건 특별대표는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는 대북 제재 완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지요?
기자) 맞습니다. 그러니까, 상응 조치에 제재 완화나 해제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건데요, 전날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설명과 일치합니다. 이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제제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은 아직도 확고하다”며 제제 완화가 현재로선 어려울 것임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제재 완화가 포함되지 않는 상응 조치를 받아들일까요?
기자)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따라서, 다음주 열리는 실무회담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비건 특별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 측과의 논의에 열려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이 어떤 상응 조치를 원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정상회담에서 궁극적으로 어떤 합의가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은 실무 수준에서 결정할 수 없는 사안들을 정상 간 담판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비핵화 조치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데요, 이 경우 두 정상이 비핵화와 제재 완화에 관해 `큰 틀의 합의’를 이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