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미국과의 정치-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기 때문인데요, 이로써 두 나라 사이는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 시간에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를 알아보겠습니다.
“오래되고 밀접한 두 나라 관계”
미국과 베네수엘라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신생국 미국은 베네수엘라인들의 독립 투쟁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미국은 1835년 2월 베네수엘라를 독립국가로 정식 인정했고, 그 해 6월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이후 20세기 후반까지 베네수엘라는 전형적인 남미의 친미 국가였습니다.
두 나라의 밀접한 관계는 양국 교역 상황에서도 잘 볼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대외 교역 상대 1위는 미국으로 2017년 두 나라 사이 교역액은 약 220억 달러였습니다.
베네수엘라는 특히 미국에 중요한 원유 공급처입니다. 베네수엘라가 수출하는 원유의 약 41%가 미국으로 들어갑니다.
“우고 차베스의 등장과 퇴행하는 대미 관계”
하지만, 1999년 베네수엘라에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두 나라 관계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됐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집권한 뒤 지난 2013년에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줄곧 반미·반제국주의적 정치 노선을 펼치면서 미국과 극렬하게 대립했습니다.
2002년 베네수엘라에 군사쿠데타가 발생해 차베스 대통령이 잠시 축출되자 미국은 새로 들어선 과도정부를 지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후 쿠테타 세력을 진압하고 권좌에 복귀한 차베스 대통령은 군사정변 배후가 미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대립하던 차베스 대통령은 2006년 유엔 연설에서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마로 묘사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 집권과 대미 관계”
2013년 차베스 대통령이 사망한 뒤, 부정 선거 논란 끝에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당시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하자 악화한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양국 관계는 차베스 대통령 때보다 더 뒷걸음질쳤습니다.
“미국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제재”
미국 정부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권 유린과 민주주의 탄압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다양한 제재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2015년 당시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을 우려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 13692호를 발동해 민주 질서와 인권을 유린한 혐의가 있는 베네수엘라 관리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이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했습니다.
이후에도 미국 정부는 추가로 제재를 강화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일련의 제재를 통해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 석유회사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베네수엘라의 새 전자화폐와 베네수엘라 채권을 인수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지난 2017년에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고삐를 계속 조였습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정치 위기가 급속도로 악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몇 차례 행정명령을 통해 베네수엘라를 제재했습니다.
지난 1월 29일에는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마두로 정권의 돈줄을 죄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미국 연방 의회도 행정부와 별도로 베네수엘라 사태에 개입했습니다. 연방 의회는 다수의 결의안과 법안을 통해 베네수엘라 위기 해결을 촉구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승인했습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지원”
마두로 정권 아래 베네수엘라는 유가 하락 등에 따른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미국은 제재와 동시에 베네수엘라에 인도주의적 지원과 식량을 지원하고 몇몇 국제 현안을 두고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경제위기 탓에 이웃 나라로 이주한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현지에 정착하는 것으로 도우려고 2017, 2018 회계연도에 약 970억 달러를 집행했습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의 미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난민 신세가 된 베네수엘라 사람들을 계속 지원할 예정입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에 인도적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베네수엘라와의 원유 교역을 중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현재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선포한 과도정부를 인정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마두로 정권에 합법성이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앞당겨 치른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부정 선거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월 3일 새로 개원한 116대 미국 연방 의회도 베네수엘라 위기를 해결하고 민주화와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선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베네수엘라의 혼미한 상황이 끝나고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뉴스 속 인물: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주인공은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입니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난 1월 23일 "헌법에 따라 과도정부 수반으로서 새로운 직무 수행에 착수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과이도 의장을 과도정부 수반으로 인정했습니다.
과이도 의장은 올해 35세로 베네수엘라 바르가스주 라과이라 출신입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취임할 때 그는 겨우 15세였습니다.
이해 폭우가 가져온 홍수가 라과이라를 덮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지만, 과이도 의장 가족은 요행히 살아남았습니다. 그는 당시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보고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이도 의장은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학생 시절 그는 차베스 정권의 언론통제에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과이도 의장은 2009년, 유력한 반정부 인사인 레오폴도 로페즈와 함께 '민중의 의지(VP)' 당을 만들었습니다. 2011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처음 입성한 과이도는 2016년 고향에서 정식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과이도는 지난 1월 5일 국회의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야당이 돌아가면서 맡는 국회의장 순번이 올해 VP당 차례였기 때문입니다.
VP의 간판인 레오폴도 로페즈가 지난 2014년 반정부 시위 조장 혐의로 체포되면서 과이도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뽑혔습니다.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석해 마두로 정권 퇴진을 외쳤기 때문입니다.
그는 결국 고조되는 반정부 열기와 헌법, 그리고 국제사회 지지를 근거로 과도정부 수립을 선언했습니다. 과이도 과도정부 수반은 시장경제와 지방분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이도 수반이 과연 베네수엘라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 그리고 뉴스 속 인물로 최근 과도정부 수반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