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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요구한 ‘일부 제재 해제’ 사실상 전면적 해제…‘민수용’과 핵개발 자금 구별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JW 메리엇 호텔에서 미북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JW 메리엇 호텔에서 미북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해제 여부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배후로 부각되면서 북한이 어떤 제재에 처해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북한이 ‘일부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며 최근 부과된 5개 제재를 특정했지만, 제재 전문가들은 이들 모두 경제적 조치를 담고 있는 만큼 '일부가 아닌 사실상 전부'라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해제’가 미국과 북한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주요 원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ut it was about sanctions. I mean, they wanted sanctions lifted but they weren’t willing to do an area that we wanted.”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미-북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미국이 원하는 분야에 대해 조치를 취할 의사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리용호 외무상은 다음날인 1일 자정을 넘긴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닌, 일부에 대해서만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용호 외무상]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두 나라의 현 신뢰 수준을 볼 때 이것이 현 단계에서 북한이 내디딜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는 겁니다.

리 외무상이 언급한 5건의 제재는 2016년에 부과된 2270호와 2321호, 그리고 2017년의 2371호와 2375호, 2397호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약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결의들입니다.

특히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과 2017년 취임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이 맞물리면서 수위가 점점 높아졌었습니다.

이들 제재들에는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외교관의 숫자를 줄이거나, 자국 내 외교공관의 임대행위 근절,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것과 같은 내용들도 포함돼 있지만, 핵심은 북한의 돈줄을 옥죄는 경제적 조치들입니다.

2270호의 경우 민생 목적을 제외한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해 당시 북한의 최대 외화수입원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민생 목적’이라는 모호한 예외 규정 때문에 석탄 수출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자, 다음 결의인 2321호는 석탄 수출량에 제한을 뒀습니다. 그 밖에 동과 니켈, 은, 아연 등 광물과 북한산 헬리콥터와 선박 등의 판매도 금지하면서 추가적으로 북한의 외화 수입 근절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어 2017년 8월에 채택된 2371호에선 북한산 석탄 수출이 연간 규모에 상관 없이 전면 금지됐고, 철과 철광석 그리고 해산물도 금수품으로 지정됐습니다. 이들 품목들은 북한의 연 수출 3분의 1에 해당되는 것들이었습니다.

한달 뒤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2375호를 통해선 북한의 5대 수출품목 중 2개를 차지하는 섬유 관련 제품이 수출 금지 목록에 추가됐고, 북한이 구매할 수 있는 원유와 정제유에 사상 처음으로 상한선이 그어졌습니다.

2017년 12월 가장 마지막으로 부과된 결의 2397호는 북한산 식품과 농산물, 전기장치의 수출을 금지해 사실상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을 다 막았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 중 하나로 지적돼 온 해외 북한 노동자들도 2019년 말까지 모두 귀환시켜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따라서 이들 5개 제재 결의는 전례 없이 강한 조치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조치에 적지 않은 무게가 실렸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2016년 이전에 가해진 제재들은 최근 5건의 제재 결의와 비교해 내용 면에서 강도가 훨씬 덜합니다.

무엇보다 최근 제재들이 북한의 수출, 즉 외화 수입을 막는 게 주 목적이었다면, 과거 제재는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금지, 그리고 각종 무기의 판매 금지 등 무기 개발과 확산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론 지난 2006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첫 대북제재 결의 1718호는 무기를 제외한 그 외 어떤 품목에도 금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3년 뒤 통과된 1874호도 핵과 관련된 각종 거래에 대한 우려만이 반영됐습니다.

또 2013년의 2094호는 보석과 고급 자동차 등 사치품이 북한으로 유입되지 못한다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북한의 수출 제한은 여전히 무기에 한정됐습니다.

따라서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2016년과 2017년에 부과된 (5건의) 제재가 사실상 북한을 아프게 한 유일한 조치들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ecause the latest sanctions...”

그러면서 북한에게 이처럼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던 건 중국이 본격적으로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석탄 등 북한산 광물 수입을 중단하고,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한 섬유 관련 제품 등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은 요인이 작용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대북제재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북한은 최대 무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이 2억1천만 달러라고 밝혔는데, 이는 1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던 2001년 이래 가장 적은 액수입니다.

특히 2016년 북한의 대중 수출액 26억3천만 달러의 8% 수준으로, 수출이 전년도 대비 92%나 감소한 것이기도 합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에 제재가 계속된다면 외화 수입이 줄어들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제재로 인한 북한의 고통이 가중되는 건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뱁슨 고문] “They need capital...”

북한은 사회기반시설을 향상시키고, 기술 발전을 통해 생산성 증대와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특히 북한은 자체적으로 제재가 북한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분석을 하고 있으며, 섬유 관련 분야나 광산업에 종사하는 노동 층이 제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등의 결론도 내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재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점을 북한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브라운 교수는 리용호 외무상이 ‘일부 제재 해제’와 관련해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지만, 기본적으로 제재는 북한 정권의 외화 수입을 줄이면서 핵 개발 등을 막고자 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금 유입을 막음으로써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지만, 동시에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정권의 핵 개발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9월 대북제재를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제재의 목적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전 대사] “These sanctions were put in place for a very specific reason: to cut off funding and materials for North Korea’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Because we know that the cash revenue going to North Korea is used to build its weapons programs, not to help the North Korean people.”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에 필요한 자금과 물품을 끊는다는 매우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될 뿐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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