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역할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볼튼 보좌관의 부상은 대북 강경 노선과 연결돼 있어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볼튼 보좌관이 왜 새삼 관심의 대상인가요?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문제에 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볼튼 보좌관은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거부한 `빅 딜’ 제안의 작성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회담 직후에도 잇따른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북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침, `워싱틴 포스트’ 신문 등 미 언론들은 심층취재를 통해 볼튼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볼튼 보좌관의 조언에 따라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했다는 건가요?
기자) 일부에서 그런 관측이 있습니다. 볼튼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도 모두 포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문과 영문으로 된 문서를 건넸는데요,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가져온 이 문서는 볼튼 보좌관이 작성해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볼튼 보좌관은 하노이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북한 문제에서 비켜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한 북한 관련 발언이 거의 없었고, 하노이 회담 수행원 명단에서도 제외됐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로 하노이에 도착했지만 첫 날 친교 만찬과 이튿날 단독, 확대 정상회담에 배석하지 않는 것으로 발표됐었습니다.
진행자) 그런 볼튼 보좌관이 어떻게 북한 문제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관한 한 볼튼 보좌관의 조언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 문제 때문에 외교 현안에 신경을 쓰지 못 할 때는 볼튼 보좌관의 입김이 강화돼 왔습니다. 볼튼 보좌관의 영향력이 커진 데는 장문의 보고서와 전문가 의견 청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감도 작용했다는 게 `워싱턴 포스트’의 지적입니다.
진행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볼튼 보좌관이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요, 이전에는 폼페오 국무장관이 했던 역할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이 때문에 볼튼 보좌관이 다시 북한 문제의 전면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튼 보좌관을 강하게 비난하는 담화를 낸 적이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당시 강하게 거부했던 요구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핵무기 외에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도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요구를 말하는 것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요구는 볼튼 보좌관이 지난해 미-북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처음 꺼냈습니다. 그러자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담화를 통해 “지난 기간 북-미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튼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볼튼 보좌관이 언급한 리비아식 `선 비핵화, 후 보상’ 해법에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었습니다.
진행자) 결국, 볼튼 보좌관이 두 차례 열린 미-북 정상회담 모두 관심의 초점이 된 셈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1차 정상회담은 한때 취소되는 사태를 겪었고, 2차 정상회담은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로 끝났는데요, 두 사안 모두 볼튼 보좌관이 관계돼 있는 겁니다. 외교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내셔널 인트리스트’ 잡지는 볼튼 보좌관이 강경 노선을 조언하면서, 자신의 의제를 관철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에 관한 볼튼 보좌관의 목소리가 앞으로 계속 커질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강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을 때 종종 볼튼 보좌관을 내세웠습니다. 지난해 8월 북한과의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을 때 볼튼 보좌관은 언론에 잇따라 등장해 북한과 이란의 핵 협력 의혹을 제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용어인 `최대 압박’을 거론했습니다. 볼튼 보좌관은 어제(5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대북 제재 강화를 언급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추가 제재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는 다른 내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