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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태영호 “북 동창리 움직임은 통상적, 당장 미사일 발사 가능성 희박”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시설 복구 움직임이 당장 미사일 발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등 한국 내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의도에 관해서는 대미 압박용이거나 기존의 성능 개발 움직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7일 ‘VOA’에 최근 외부에 잇따라 포착된 북한 동창리와 산음동 미사일 시설 내 움직임은 “갑작스러운 북한의 정책 변화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기존에 진행해온 정상적인 활동의 일환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제 생각에는 엔진 시험 발사장을 북한이 완전히 닫은 것도 아니고 그 곳도 한 개의 기업 단위입니다. 사업 단위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정상적으로 지붕 수리도 할 수 있고 완전히 폐쇄하기 전까지는 풍계리처럼 거기에서 일하는 기업소까지 날려 보내지 않을 거면 조직 단위로 계속 자기네 활동이 진행되고, 외부에서는 미사일 발사장이라고 하지만, 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해서 평화적 시설로 간주하기 때문에 저는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태 전 공사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응은 최고존엄과 직접 연관돼 있기 때문에 북한 수뇌부가 갑자기 결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불만의 표시로 보도되고 있는데 내 생각에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이제 새로운 방향을 정하고 지금의 대화 흐름을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이번에 최고존엄이 망신 당했기 때문에 한동안 강경으로 갈 것이냐 하는 방향을 정하는 데까지는 못해도 한 달 정도는 걸릴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동창리를 그렇게 한다? (아닐 겁니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미-북 정상이 심도있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계속 보도하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판세를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만약 북한이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했다면 한동안 있다가 미국에서 누가 말한 것이라든가 이런 걸 갖고,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계속 협의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는데 왜 이러느냐 이런 식으로 바꾸면 바꿨지 이렇게 즉시적 반응은 아닐 것이라 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앞서 6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철거 시설 일부를 복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북한 미사일 개발의 심장부로 알려진 평양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도 물자 운송용 차량의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고 국정원 보고를 받은 의원들이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7일 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최현수 대변인] “저희가 동창리와 산음동 연구단지를 포함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미 국방정보 당국 간에는 긴밀한 공조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최 대변인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파악하는 게 있지만, “말씀드리지는 못하고 있다” 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기자들의 질문에 같은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미국의 필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도 7일 기자들에게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배경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여러 전문가는 북한의 새로운 움직임을 대미 압박용으로 풀이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의 이호령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호령 연구위원] “여기(동창리)에 대해 미국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이것도 비싼 카드인데 미국이 굉장히 싸게 본다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협상 카드의 가격을 높이려는 조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대가 아닌 엔진시험장에서 복구 움직임이 나타난 것, 또 북한이 과거 발사한 화성-12,14,15 모두 동창리의 고정식이 아닌 이동식 발사대에서 쏜 것이기 때문에 당장 미사일 발사보다는 협상의 값을 높이려는 카드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언제든 핵·미사일 능력을 복구하고 재생산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해 지금의 협상 노력이 얼마나 중대한 결의인지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호령 연구위원] “실질적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동결된 상태에서 다시 가동한다고 하면 미국이 좀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이미 가동되고 있는데, 말로만 안 한다고 하고 보여지는 시험발사만 안 한 것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가치를 높인다는 카드가 미국에 썩 먹힐 카드는 아니라고 봐야죠.”

민간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차두현 객원연구위원도 북한이 2016년 이후 중·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한 전례를 볼 때 미사일을 동창리에서 발사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한 채 엔진시험장에서 ICBM의 성능을 개량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고, 그런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녹취: 차두현 연구위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던진 메시지는 결과적으로 이거죠. 우리는 급할 게 없다는 거 아니에요. 너희가 새로운 안을 갖고 한 번 와 보라는 게 미국의 메시지였단 말이에요. 그런데 북한도 우리도 대안이 있다고 얘기한 거예요.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맞대응이라고 봐야죠.”

차 위원은 동창리 시설의 군사적 위협 여부를 떠나 북한이 폐쇄하겠다고 미국과 한국 대통령에게 약속한 곳을 재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 간에 신뢰를 깨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창리와 산음동 모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움직임일 수는 있겠지만, 약속을 어기면 중국과 러시아마저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쉽게 미사일을 발사해 판을 깨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이 참관한 가운데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동창리 시설 복구 움직임이 2차 남북정상회담 전부터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어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춘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평화적 목적의 우주발사체란 구실로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위원] “원자력 쪽에서도 경수로처럼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을 남기겠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이것도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평화적 목적의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죠. 이것을 뚫고 들어가기가 (비난하기가) 어려워요. 한국도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있고.”

이 위원은 동창리 움직임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부터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인공위성을 분리하려는 북한의 정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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