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견인을 위해 상응 조치를 떠맡을 의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남북 경협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협의 성공 여부와 지원 규모가 북한 정부의 변화 의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합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상응 조치에 대해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며 제의한 말입니다.
북한이 바라는 제재 완화를 우회적으로 남북 경협을 활용해 풀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 벌써부터 비용에 대한 논란이 한국에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보수층은 북한에 수 십억 달러를 퍼주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대신 한국이 천문학적 비용을 떠맡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제기합니다.
반면 진보층에서는 제재 완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제재 완화의 틀을 통해 북한의 요구에도 부응하고 경협으로 남북 모두에 이득이 될 수 있는 긍정적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남북 경협 비용은 규모와 시기, 기관과 단체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14일 한국경제학회 학술회의에서 신 남북경협 사업에 20년 간 64조, 미화로 570억 달러의 투자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여기에는 북한의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98억 달러(11조 1천억원), 개성공단 확장과 추가 공단 조성에 140억 달러(15조8천억원), 전력 등 에너지 협력사업에 139억 달러(15조 7천억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조 부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신경제구상 10대 경협 사업을 중심으로 정부 부처와 전문기관이 제시한 예상 투자 규모에 근거해 투자비를 추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협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한국 경제 규모로 볼 때 부담이 되지 않으며 투자비 대비 경제 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한 모두 경제성장률이 1.6%p 오르고 고용유발효과도 한국은 326만 명, 북한은 192만 명으로 “신남북경협은 북한에 대해 퍼주기가 아닌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 주도의 경협보다 국제사회와의 협력 병행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끄는 경협 사업이 더 필요하다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남북 경협은 남북관계에 한정하기보다 북한과 국제사회 연계를 촉진한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모든 것을 짊어지기보다는 북한의 국제화 촉진 매개자로 정부와 민간 부문 협력을 함께 준비해야 실효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도 일부 기업에는 경협이 대박이 될 수 있어도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낮은 단계의 경협으로 무역 효과를 낸다고 가정해도 한국 경제를 1%가량 증가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남북한의 큰 경제 규모 차이 때문이지 실제 순익은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무조건적 경협보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 남북 경제통합으로 가는 ‘목적 지향적 경협’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김석진 연구위원은 21일 ‘VOA’에 남북 경협은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비용 규모 추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 원조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석진 연구위원] “개발원조를 얼마만큼 해야 한다는 게 딱 정해져 있지 않죠. 그 나라 상황에 따라서 그 나라가 얼마나 국제사회에 협조를 잘하냐, 그 나라 제도와 정책이 얼마나 좋은가 여기에 따라 어떤 나라는 많이 해주고, 어떤 나라는 적게 주잖아요.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와 잘 협력하고 비핵화도 철저히 이행하고 남한과 국제사회가 원하는 것을 잘하면 경협 사업이 엄청나게 커지겠죠. 그렇게 안 하면 사업 전개가 어렵게 될 것이고”
결국 경제협력에 대한 지원 규모와 비용은 모두 북한 정부의 적극적인 변화 의지와 협력 등에 달려있다는 겁니다.
김 위원은 또 양자와 다자 협력 모두 중요하지만, 이 역시 상황에 따라 무게 중심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경협 수용 여부와 의지, 경협 과정에서 실무·기술·행정을 잘 이끌 수 있는 북한의 능력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경협 사업은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규모 사업 진행도 단기간에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국책기관의 전문가 역시 ‘VOA’에 “사회주의 국가와 사업하는 것은 아주 느린 속도와 복잡한 절차, 인내를 요구하기 때문에 조급하게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처럼 철저한 폐쇄국가에서는 실무 관리들이 스스로 어떤 행동과 결단을 하기 힘들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며, "결국 정치적 이념적 큰 변화가 일어나야 경제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앞서 ‘VOA’에 문재인 정부는 이미 남북정상회담과 여러 접촉을 통해 북한에 국제 기준에 맞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북한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