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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미 정부에 위헌 소송...미 "터키, 러 미사일 도입 철회해야"


중국 선전시의 상점에 전시된 화웨이 로고.
중국 선전시의 상점에 전시된 화웨이 로고.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사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 조치가 위헌이라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터키의 러시아제 미사일 도입 계획을 철회하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던 ‘돈세탁 국가’ 명단이 무산된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화웨이사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군요.

기자) 네,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중국 화웨이사가 6일 미국 정부를 고소했습니다. 화웨이사는 이날 미 연방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자사 제품의 사용을 금지한 미국 정부의 결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주요 언론은 화웨이가 미국 정부에 대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CNN은 '화웨이의 법정 도전은 미국 정부와의 대립 수위를 높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근거로 미국 정부의 결정이 위헌이라는 것인가요?

기자) 화웨이사가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입니다. 국방수권법은 매년 미국 의회의 의결을 거치는 국방예산 관련법인데요. 2019 국방수권법에는 특별히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ZTE(중싱통신) 등 중국 통신기업들의 기술을 이용하거나 거래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조항이 있습니다. 화웨이는 이 조항이 재판 없이 개인이나 단체를 지목해 처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의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 정부가 적절한 사법절차 없이 화웨이사 제품의 사용을 금지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화웨이사는 고소장에서 국방수권법에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를 명시함으로써, 화웨이사가 정정당당하게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 분립 원칙도 위반하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미 연방 법원에 국방수권법의 일부 내용을 파기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화웨이사가 이번 소송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요?

기자) 네, 궈핑 화웨이 순환 회장이 7일 화웨이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소송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밝혔는데요. "미국 정부의 금지 조치는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화웨이가 공정한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의회에 대해서도 비판했군요.

기자) 네, 미국 의회가 국방수권법에 화웨이 제품 금지를 명시함으로써, 위헌적으로 판사, 배심원단, 집행관의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의회는 화웨이사 규제의 정당성을 입증할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화웨이사의 소송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화웨이사 제품의 사용을 왜 금지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사가 5세대 이동통신(5G) 구축을 위한 장비와 휴대전화 등에 이른바 '백도어(back door)'를 설치해 중국 정부를 위한 간첩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연방 정부 기관의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기업과 동맹국을 상대로 화웨이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또 지난 1월에는 화웨이 자회사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등 10여 개 혐의로 전격 기소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앞서 말씀하신 '백도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가요?

기자) 말 그대로 해석하면 뒷문입니다. 정상적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컴퓨터와 암호시스템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장치인데요. 누군가 개인정보나 컴퓨터 사용 내역 등을 모두 볼 수 있고, 심하면 금융정보까지 탈퇴해 금전적 피해까지 입을 수도 있는 보안상의 허점입니다. 지난 2016년에는 화웨이사가 만들어 미국에 판매한 수백만 대의 휴대전화에서 백도어가 설치된 게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화웨이 측은 소프트웨어를 만든 회사의 단순 실수였고, 중국 정부로 정보가 넘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진행자) 화웨이사가 이번 소장에서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자사의 장비와 서비스는 선진 안보절차를 따르고 있으며, 화웨이 장비와 서비스가 사용되는 전 세계 170여 개국 어디에서도 백도어나 의도적인 보안 취약점이 입증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궈핑 순환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거짓 모략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법적 조치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화웨이의 이번 소송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화웨이를 적극 엄호하고 나섰습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우리는 기업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정당한 권익을 지키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하며,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번 소송에 관여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지난 2016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2차대전 승전 71주년 기념 열병식에 S-400 방공 미사일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2차대전 승전 71주년 기념 열병식에 S-400 방공 미사일이 등장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터키의 미사일 도입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군요.

기자) 네, 매튜 파머 미 국무부 부차관보와 제임스 제프리 시리아 담당 특사가 6일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터키의 러시아제 미사일 도입 계획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현재 터키 정부는 오는 7월까지 S-400 러시아 방공 미사일을 인수하고 10월까지는 실전 배치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은 왜 터키가 미사일을 도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건가요?

기자)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데요. 터키가 미사일을 도입하면 나토와 미국산 무기의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3가지 종류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의 최신 미사일 방어체계입니다. 미국은 S-400의 대안으로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시스템 도입을 제안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터키 정부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기술 이전 약속이 없다며 불만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나토 최고 사령관도 터키의 계획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나토 최고사령관 겸 미 유럽사령부 사령관이 지난 5일 미연방 상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했는데요. "모든 항공기에 문제가 되지만, 특히 미국의 F-35 전투기에 그렇다고 생각된다"며 터키의 계획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이어 "군사적인 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터키가 S-400 도입 결정을 재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터키 정부는 미국의 이런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터키 정부는 러시아와 S-400 미사일을 25억 달러에 계약하고, 공동 생산과 재정 지원도 받을 방침인데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러시아제 미사일 도입 강행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재확인했는데요. 이미 러시아와 계약이 끝났는데 이를 철회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단계 더 발전한 러시아의 차세대 방공미사일 시스템 S-500 구매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제 미사일 도입 강행을 재차 확인했는데, 미국 정부는 어떤 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기자)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대변인은 앞서 5일, S-400 도입에 따른 '심각한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터키의 F-35 프로그램 참여를 재검토할 방침입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도 앞서 상원에서 러시아 방공망을 운용하는 동맹과는 미국의 최신예 F-35 전투기 운용이나 협력을 계속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터키는 F-35 전투기 100대 도입을 추진하고 올해 말까지 첫 2대를 인도받을 예정입니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이 ‘돈세탁 국가’ 명단을 만들려다가, 무산됐다고요?

기자) 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가 북한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23곳을 ‘돈세탁·테러 자금 지원 국가’로 지목하고, ‘블랙리스트(회피목록)’에 올렸는데요. 이 명단을 최종 확정하는 단계에서 무산됐습니다. 7일 EU 28개 회원국은 만장일치로, 집행위가 만든 명단을 의결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우선, 돈세탁 블랙리스트가 뭔지 들여다보죠.

기자) 이른바 ‘더러운 돈’이 EU 금융체계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명단입니다. ‘더러운 돈(dirty money)’이란, “테러와 조직범죄를 지탱하는 피 같은 돈”이라고 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성명에서 설명했는데요. 폭력 활동 등으로 조성됐거나, 갖가지 불법행위에 사용된 자금이 이들 23개 지역에서 많이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문제 있는 자금을 EU 금융기관이 거래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명단 작성 의도였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명단을, EU 회원국들이 거부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명단을 만든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투명하고 탄력적인 절차를 통해 (대상 국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7일 회원국 공동성명에서 지적했는데요. 이런 결론에는, 일부 국가의 항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주요 매체들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명단이 공개된 직후, 사우디 등이 강하게 반발했었습니다.

진행자) 사우디가 어떤 식으로 반발했나요?

기자) EU와의 교역 중단을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U 당국자들이 로이터통신에 밝힌 사실인데요. 실제로 살만 사우디 국왕은, 돈세탁 국가 명단을 철회하라는 서한을 EU 지도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사우디는 EU 국가들에 석유를 수출하고, 또 EU로부터 무기와 공산품 등을 수입하는 주요 무역 상대입니다.

진행자) 사우디의 압박이 EU 회원국들의 판단을 좌우했다는 이야기인가요?

기자) 사우디만이 아니었고요. 미국도 이 명단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괌과 푸에르토리코, 아메리칸 사모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같은 미국 관할 지역 4곳이 명단에 포함됐었는데요. 미 재무부가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명단 작성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요. "미국은 국제자금세탁방지지구(FATF)에서 유럽연합과 공조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파나마 정부도 EU 측에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명단에 그 밖에 어떤 곳들이 있었나요?

기자)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많았는데요. 이란, 시리아, 예멘,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등입니다. 대부분 내전 또는 종족 갈등이 진행 중이거나, 외부 분쟁에 개입하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진행자) 아시아 국가들은 없었나요?

기자) 아시아도 몇 곳 있습니다. 북한, 파키스탄, 스리랑카가 이름을 올렸고요. 앞서 말씀드린 파나마와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제 EU가 돈세탁 국가 명단 작성을 포기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베라 주로바 EU 법무담당 집행위원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7일 밝혔는데요. EU 당국은 지난해 ‘돈세탁 방지 지침’을 발효시키는 등, 이 문제에 최근 적극적입니다. 그래서, 조만간 새 명단을 만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이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새 명단을 만들면, 어떤 나라들이 들어갈까요?

기자) 미국령 지역들과 사우디는 빠질 것으로 유럽 언론이 전망하고 있는데요. 북한과 중동 국가 대부분은 그대로 남으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진행자) 명단에 올라 EU 회원국들이 의결하면, 해당 국가들은 어떤 영향을 받나요?

기자) 해당 국가의 개인이나 단체가 EU 역내 금융기관과 거래할 때, 특별 점검 절차가 추가됩니다. 자금원과 이전 유통 과정에 대한 확인을 먼저 받아야 하는데요. 문제 있는 돈이 아닌지 확인하는 겁니다. 그만큼 EU와 금전 거래가 까다로워집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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