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베네수엘라에서 닷새째 정전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의회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베네수엘라 주재 외교 인력의 전원 철수를 지시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독일에 대해, 중국 화웨이사 장비를 쓰면 정보 공유를 제한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서, 일본 정부가,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요구에 다양한 경제 보복을 검토중인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베네수엘라 정전 사태가 닷새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의회가 11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비상사태 선포는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 지위를 자임하고 있는 국회의장의 요청에 따른 건데요. 베네수엘라 의회는 만장일치로 이를 채택했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 정전 사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7일, 베네수엘라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전국 23개 주 가운데 16개 주에서 정전이 발생해 큰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저녁 5시경부터 정전이 시작됐기 때문에, 퇴근길 많은 시민이 몇 시간씩 걸어서 집에 가는 등 큰 불편을 겪어야 했는데요. 정전 발생 닷새가 되도록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지금 베네수엘라는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진행자) 닷새째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면 정말 상황이 심각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베네수엘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플레이션(고물가)에 식량과 식수,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 사태로 이미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는데요. 여기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통신마저 두절되면서 사상 초유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진행자) 정전 때문에 의료기기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겠군요.
기자) 네, 그래서 곳곳에서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 3살짜리 소녀는 뇌암으로 수술을 받다가 갑자기 정전이 발생하는 바람에 수술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는데요. 이 소녀는 정전이 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지역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을 수 있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겁니다.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번 정전 사태로 이미 17명이 숨졌다면서, 이는 국가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마두로 정권은 이번 정전 사태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이 사주한 일종의 `전력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를 정전으로 몰아넣어 혼란을 일으키려는 극우주의자들의 사이버 공격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어제(11일)저녁,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전국에 중계된 TV 연설에서, 전력 복구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전 사태와 관련해 2명이 체포됐고, 당국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더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과이도 국회의장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군요.
기자) 네, 과이도 의장은 베네수엘라 전 국토의 70%에 전력 공급이 끊겼고, 이로 인한 피해액만도 4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면서 베네수엘라는 이미 실질적으로 붕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의회에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는데요. 의회가 과이도 의장의 요구를 받아들인 겁니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정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의 원조를 승인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마두로 정권은 외국의 원조를 거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진행자) 맞습니다. 마두로 정부는 국제 원조를 '외세의 침투'라고 규탄하면서 현재 콜롬비아와 브라질 등 국경 지역에 대기 중인 원조물자 250t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과이도 의장은 지난 2월 말, 국제 원조품을 반입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했는데요. 하지만 마두로 정권이 무력을 동원해 저지하면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과이도 의장이 선포한 비상사태가 효력이 있습니까?
기자) 베네수엘라 헌법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과이도 의장이 임시대통령을 자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라 좀 복잡한데요. 게다가 베네수엘라 의회 자체가 실질적 권한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이 더 복잡하게 꼬일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 의회가 왜 권한이 없다는 것입니까?
기자) 베네수엘라는 지난 2015년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당이 참패하고 야권 의원들이 대거 승리했는데요. 하지만 마두로 정부는 지난 2017년 친정부 세력으로 구성된 '제헌의회'라는 또 다른 입법기구를 출범시키면서, 베네수엘라 국회를 사실상 무력화시켰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는데요. 더구나 지난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도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력이 거셌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마두로 정권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월 23일, 과이도 의장이 스스로를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이를 지지한다고 발표했고요. 이후 마두로 대통령 측근들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등에 대한 제제를 단행했습니다. 현재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50여 개국이고요. 러시아와 중국, 쿠바, 니카라과 등은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주재 중인 인력들을 다 철수시킬 방침이라고요.
기자) 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어제(11일) 밤 트위터에, 이번 주 안으로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는 모든 인력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베네수엘라의 국내 정세가 악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미국 외교 인력의 잔류가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정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 사용과 관련해 독일 정부에 경고를 보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 측에,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정보 공유를 제한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 화웨이사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데요. 미국 정부와 지금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화웨이사가 왜 미국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겁니까?
기자) 미국 정부는 화웨이사가 이른바 '백도어(Backdoor)'를 설치해 불법으로 전산망에 침투해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겨주는 간첩 행위를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미국 연방검찰이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 재무책임자(CFO)와 자회사 두 곳을 10개 혐의로 기소했는데요. 하지만 화웨이 측은 자사에 대한 미국의 조처가 정치적 압력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화웨이사는 지난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지금 화웨이 제품 사용을 하지 말라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기관은 물론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들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고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도 이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독일은 화웨이 제품을 그냥 사용하는 건가요?
기자) 독일도 국가안보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화웨이 제품의 안보성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였는데요. 우려할만한 사안은 보완할 수 있다며, 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사업 입찰에 화웨이사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지난주 밝혔습니다. 독일은 화웨이사의 유럽본부가 있는 나라로, 휴대전화의 70% 가량이 화웨이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독일이 화웨이 장비를 쓰면 독일과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리처드 그리넬 독일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8일, 독일 경제부 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을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이 입수했는데요. 그리넬 대사는 이 서한에서, 독일의 5G 사업에 화웨이와 중싱통신(ZTE) 등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미국과 독일이 예전같은 협력을 유지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 정부가 화웨이와 계약을 맺기로 했다면 독일의 미국 정보기관 접근이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은 대테러 작전 등에서 미국과 긴밀한 정보 공유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그리넬 대사는 안전한 통신장비는 국방과 정보 협력의 필수라면서, 하지만 중국 통신장비는 이런 협력의 기밀성을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일본이 한국에 다양한 경제 보복을 검토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한국에서 진행하는 강제징용 일본 기업 자산압류 조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다양한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12일 밝혔는데요.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관련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한국에 대해, “여러 가지 보복 조처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확실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우선, 일본 기업 자산 압류 조치에 대해 알아보죠.
기자) 네.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에 끌려가 노역했던 한국인들에게, 해당 기업들이 배상하라고, 지난해 한국 법원이 잇따라 판결했습니다. ‘미쓰비시 중공업’과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같은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는데요. 미쓰비시의 경우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미화 약 8만8천500 달러)에서 1억5천만원(13만3천 달러)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진행자) 배상 명령을 했는데, 자산 압류까지 이어진 이유는 뭐죠?
기자) 해당 기업들이 판결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해자 측에서 이 회사들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요. 한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절차를 허가했습니다.
진행자) 자산을 압류하고, 팔아서 배상금을 충당하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신일철주금’에 징용됐던 피해자 변호인단은, 이 회사가 보유한 한국 제철기업 ‘포스코’와의 합작법인 주식 압류 절차까지 진행했는데요. 현금화를 위한 경매 절차는 아직 밟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쓰비시 중공업 피해자 변호인단의 경우, 지난 주 이 회사의 한국 내 상표권 등 압류를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보복을 검토한다는 건,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겠다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해당 일본 기업들이 당할 불이익에 맞서, 한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이 9일 알려졌는데요. 12일 아소 다로 부총리는 더 나아갔습니다.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한국으로 가는) 송금 제한까지” 실시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요. 이런 경제 보복뿐 아니라, 비자(입국사증) 발급 정지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조치는 언제부터 실시하나요?
기자) 자산이 압류돼 매각되는 시점에,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아소 부총리는 “지금은 (한국 정부와) 교섭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요. “사태가 진행돼 (일본 기업들의) 피해가 나오면 그 땐 다른 이야기가 된다”면서, 정부가 직접 행동을 취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보복관세, 송금 제한, 비자 정지까지 시행하면,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정부 당국의 설전이 이어졌지만, 상대국 기업이나 국민을 상대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적은 없는데요. 하지만, 한국 측의 자산 압류· 매각과 이에 대한 일본 측의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면, 양국 경제· 인적 교류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게되는 겁니다.
진행자) 기업들에 대한 판결인데, 일본 정부까지 나서서 반발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50여 년 전에 두 나라 정부가 맺은 약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1965년 체결한 ‘청구권협정’인데요. 일본이 한국에 5억 달러를 지급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 시절 배상에 대한 모든 문제가 이 협정으로 해소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 협정이 있는데, 한국 법원이 배상 판결을 낸 이유는 뭐죠?
기자) 국가 간의 청구권 협정과 별도로, 강제징용자들이 개인적으로 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한국 법원의 판단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이런 논리를 강조했는데요. 징용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진행할 법적 권리는 국가가 강제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고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진행자) 정부 간 대화 노력은 없나요?
기자) 실무 차원에서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오는 14일 서울에서 두 나라 외교부 국장급 회동이 예정돼 있는데요. 양측이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