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인물 아메리카'. 오늘은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 벡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존 스타인벡은 ‘에덴의 동쪽’ ‘분노의 포도’ 등 수많은 걸작 소설을 발표해 미국 현대문학의 거봉으로 평가되는 작가입니다. 스타인벡은 이들 작품으로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근로계층의 삶을 다룬 소설을 많이 쓴 그는 경제 대공황의 피해자들을 위한 대변인으로 인식되던 인물이었습니다.
존 스타인벡은 1902년 2월 27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 라는 곳에서 주 정부 회계사의 외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운동도 잘했고 공부도 잘했습니다.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문학에 대한 애착을 느끼기 시작한 스타인벡은 고등학교 때 문학가가 되겠다고 결심합니다. 스타인벡은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 들어갔지만 학위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만을 골라 6년간이나 수강을 계속했지만 결국 대학 졸업장은 받지 않았습니다.
스타인벡은 프리랜서 기자로 일을 하기 위해 1925년 뉴욕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당시 한창 개발이 진행되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노동자로 일을 하면서 기사를 썼습니다. 이때 스타인벡은 첫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해 1929년에 첫 소설 ‘황금의 컵’(Cup of Gold)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17세기의 한 해적에 관한 이 이야기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스타인벡은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전념합니다. 1932년에 나온 단편집 ‘천국의 초원’(The Pastures of Heaven)은 당시 자신이 살던 캘리포니아 농촌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들이었습니다. 1933년에 나온 두 번째 소설 ‘미지의 신에게’ (To a God Unknown) 에서는 사람과 땅의 관계를 가장 강렬한 필치로 묘사했습니다. 1935년의 ‘납작한 토티어’(Tortilla Flat)는 평도 좋았고 인기도 높았습니다.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가장 예술적이고 만족한 만한 작품이라고 평했습니다.
노동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스타인벡은 그것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1936년 나온 ‘수상한 싸움’(In Dubious Battle)은 지역 포도 농장 일꾼들의 파업에 관한 이야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듬해의 ‘생쥐와 인간’ (Of Mice and Men)은 구성이 매우 잘 짜여져 있는 것으로 두 명의 떠돌이 농장 노동자들이 펼치는 특별한 우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의 문학 교육 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작품은 전국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10대 작품의 하나로 돼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이 소설은 많은 고등학교의 영어 교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 이 이야기는 1939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타인벡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에 떠돌이 농장 근로자들의 문제를 파헤치는 글도 연재했습니다. 이런 글들은 그의 대표작인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를 쓰는 자료가 됐습니다. 1930년대 노동계층의 삶을 다룬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분노의 포도는 오클라호마주 소작농가들이 자신의 토지를 은행에 빼앗기는 억울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 농가는 광대한 평원을 건너 약속의 땅이라고 소문난 캘리포니아로 건너가지만 결국 떠돌이 품팔이 신세로 전락합니다.
이 소설은 사회적 저항과 함께 생존에 대한 인간의 의지에 찬사를 보내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분노의 포도’는 초판이 50만 부나 팔려나갔습니다. 그 같은 판매 부수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라는 유명한 소설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이 소설이 나오자 전 미국의 관심은 캘리포니아의 계절 노동자들의 생활에 집중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1940년에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큰 화제가 됐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자 스타인벡은 종군기자로 전선에 배치됐습니다. 전선에서의 경험으로 나중에 폭격기 팀의 이야기 ‘Bombs Away’를 비롯한 작품들이 나옵니다.
이 시기 재미있는 소설 중에는 에드워드 리켓츠와 공동으로 집필한 코르테즈의 바다(The Sea of Cortez)가 있습니다. 두 멕시코인 탐험가가 바다 생물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1940년대에는 나치에 저항하는 노르웨이 레지스탕스의 이야기, ‘달이 지다’(The Moon Is Down), 귀중한 진주를 발견한 멕시코 어부가 그 진주로 인해 가정에 불운이 닥치는 이야기 ‘진주’(The Pearl) 등 여러 편을 발표했습니다.
1950년대 스타인벡의 작품들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답답하며 알맹이가 없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의 예술적 감각이 전만 못해졌다는 비평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1961년의 야심작 ‘불만의 겨울’ (The Winter of Our Discontent)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높은 이상을 지닌 사람이 도덕적으로 와해돼 가는 이야기입니다.
1952년의 소설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은 이 무렵 나온 또 하나의 명작입니다. 스타인벡이 살았던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에 온 아일랜드계와 동부에서 온 두 가문의 몇 대에 걸친 갈등의 역사를 그린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1955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주인공으로 나온 제임스 딘의 연기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1962년 ‘찰리와의 여행’ (Travels with Charley)은 애견 푸들과 함께 미국을 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3개월 동안 트럭을 타고 미국 40개 주를 돌아다니는 경험담으로,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스타인벡에게는 노벨 문학상이 수여됐습니다.
스타인벡의 소설은 주로 사회적 양심과 문제, 그리고 초기 작품에서 보여주는 날카로운 서술 등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했습니다. 세계적인 권위의 상과 수많은 학교에서 필독서로 지정이 될 정도로 그의 작품은 뛰어났지만 사회를 극히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 때문에 작품에 대한 경계도 컸습니다. 미국 여러 지역의 교육 당국은 ‘분노의 포도’를 금서로 규정하는가 하면 공공 도서관에는 비치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고향 살리나스에서는 그의 책을 불태우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미국 도서관 협회의 조사에서는 1990년부터 2004년 사이 가장 자주 금서의 저자로 지정된 10명 가운데 존 스타인벡이 포함됐습니다.
스타인벡은 1968년 12월 20일 뉴욕에서 66세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사인은 심장병이었습니다. 그의 시신은 캘리포니아의 살리나스 가족 묘지에 안장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