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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전문가들 “한국, 실무적 중재 지속해야”


지난해 9월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문재인 한국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문재인 한국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나오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최종 목표에 포괄적으로 합의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촉진자 역할을 한국 정부가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한국의 중재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양측의 큰 입장차가 확인되면서 그동안 중재 역할을 해 왔던 한국 정부의 역할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모두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과거보다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는 한 행사에서 자신이 미국에서 만난 100여명의 전문가 중 80%가 북한의 비핵화 등 현 기류에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고 10%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냉랭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최근 한국 제1야당 원내대표가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수석대변인 논란 등을 지적하며, 이런 공격은 국내 정적뿐 아니라 미국과 유엔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부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남북한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포함해 27차례 회담을 했지만, 올해 들어 회담이 전무하고 개성연락사무소 남북대화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측 대표들의 일방적인 불참으로 3주째 가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중재자가 아닌 플레이어, 즉 행위자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미-북 사이에서 한국의 중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에게 “하노이 회담 합의 불발로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지적한 것은 일각의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남-북-미 3자 정상의 3각 협력구도를 계속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미-북 정상회담을 견인,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정상 대화를 견인했듯이 이번엔 남북대화 차례로 보이기 때문에 한국에 넘겨진 바통의 활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비핵화의 최종 단계, 최종상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에 대한 인식에는 한-미 간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8일 국회에 출석해 교착 상태 타개를 위해 대북 특사 파견안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부의 촉진자 역할에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대전환의 국면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차 남북정상회담처럼 남북 정상이 휴전선에서 만나 교착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윤영관 전 장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서 진지하게 이쪽의 견해를 개진하고 북쪽의 견해를 들어보고 그러면서 일종의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그것을 수렴할 수 있는 대안적 모색이 가능하면 우리 대통령이 미 대통령 만날 때 전하는, 그것이 역할이라고 보죠.”

하지만 황준국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에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잘잘못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적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전 본부장] “그런 어려운 일(비핵화)을 해낼 수 있는 수단이 있거나 힘이 있어야 (중재가) 가능한데,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이나 힘이 없습니다.”

미국과 북한 모두 서로의 국가 목표와 정체성, 안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에 제3자가 중재한다고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겁니다.

황 전 대사는 대화를 위한 윤활류 역할은 가능하겠지만, 너무 큰 역할을 자임하거나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와 국가안보 사안에 보다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준 전 유엔주재 대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서로의 차이가 명확해진 만큼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제재 해제는 최종 목표로 두고 그 단계로 가는 과정을 한국 정부가 중재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 준 전 대사] “최종 목표로 가는 로드맵을 협상을 통해 합의할 수 있는데 그 합의가 가능하도록 한국이 중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전제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마음이 없다고 한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되겠죠.”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제재 해제를 당장 일괄적으로 타결하자고 북한 정부를 설득하는 게 매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과정의 합의가 필요하며, 이 역할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민간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과 신범철 통일안보센터장은 18일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가 보다 균형적인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이어가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뒤에도 비핵화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강조한 것은 아쉽다는 겁니다.

두 전문가는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봐서 `노 딜'을 선택했는데, 비핵화는 강조하지 않고 북한 요구사항 중 일부로 불 수 있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언급하니 환영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그런 목소리를 낮추고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든 현 시점에서는 북한 정부에 비핵화 로드맵과 같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과정을 담는 전향적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북한 수뇌부가 비핵화 로드맵에 동의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이른바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을 로드맵으로 해서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 출석해 미국의 입장은 포괄적 그림을 갖고 협상하자는 의미라며 “포괄적인 논의로 큰 틀의 합의를 하고 부분에 있어서는 단계적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한국 정부가 더욱 주도적으로 정교한 비핵화 로드맵과 상응 조치 일정표를 만들어서 미-북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단계적이 아닌 일괄병행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본부장] “지금은 (단계적으로)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허비한 시간도 있고. 그래서 영변 핵 시설 먼저 폐기, ICBM 폐기, 핵탄두 폐기를 동시에 병행해서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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