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의 해상 거래를 겨냥한 주의보를 갱신하면서, 북한이 불법으로 유류를 수입하는 수법 등을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물론 불법 행위에 연루된 제3국 선박과 항구의 이름까지 지목하면서 대북제재 이행 의지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올해 주의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의 해상 불법 활동과 관련된 내용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됐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2월 10페이지 분량으로 발표된 이 주의보는 올해 갱신을 통해 19페이지가 됐는데, 늘어난 분량만큼 더욱 상세한 내용들이 추가됐습니다.
특히 지난해까진 북한의 불법 행위, 즉 선박간 환적이 이뤄진 해역으로 타이완 북부 해상 1곳만이 지목됐지만, 올해는 4개 해역으로 늘어났습니다.
주의보는 타이완 북부 해상 외에 북한 서해 일대와 상하이 인근 동중국해 그리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남쪽 일대에서 정제유에 대한 선박간 환적이 빈번이 일어난다며 해당 해역을 표기한 지도도 공개했습니다.
아울러 선박간 환적에 연루된 선박이 이를 전후해 기항했던 항구 또한 이번 주의보가 처음으로 지적한 부분입니다.
여기에는 총 14개 항구가 명시됐는데, 타이완과 중국(홍콩 포함)이 각각 4개 항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산과 여수, 광양 항이 지목된 한국이 3개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 밖에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홋카 항 등 총 2개 항구가 지목됐고, 싱가포르는 1개 항구가 표기됐습니다.
선박간 환적 행위를 통해 북한으로 넘겨진 정제유 제품이 이들 항구에서 조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겁니다.
실제로 한국에선 과거에도 북한 선박과의 불법 환적에 연루된 선박이 드나드는 정황이 포착됐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모두 3척의 제 3국 선박을 억류하고 있는데, 이중 2척이 선박간 환적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유조선입니다.
또 올해 발표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도미니카 선적 유조선 역텅 호와 싱가포르의 오션익스플로러 호가 선박간 환적을 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문제는 오션익스플로러 호가 작년 1차례를 비롯해 2017년6월 이후 최소 5차례 한국에 입항해 정유 제품 약 10만t을 채운 뒤 출항한 기록을 남겼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안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서 구매한 유류가 북한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면서도 “한국 정유회사 등은 불법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유류를 판매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싱가포르나 러시아는 과거 미 재무부로부터 제재된 기업과 선박 등을 보유한 나라로, 이들 나라의 제재 대상자들은 자국에서 구매한 유류를 북한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으로 판매되거나 공급될 수 있는 연간 정제유 양을 50만 배럴로 제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보는 지난해 북한이 공해상에서 조달한 정제유를 263차례 북한 유조선을 통해 북한 내 항구로 옮겼다며, 이를 토대로 볼 때 북한은 378만 배럴의 정제유를 수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엔이 정한 허용치의 최소 7.5배를 초과했다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올해 주의보는 선박간 환적 가능성이 있는 선박의 목록도 크게 늘렸습니다.
특히 총 28척의 북한 선박이 불법 환적에 가담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작년보다 4척이 더 늘어난 숫자입니다.
아울러 주의보는 불법 환적 당시 북한 선박과 물건을 주고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제 3국 선박들의 목록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러시아,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의 선박 등 모두 18척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밖에 북한산 석탄을 실어 나른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 49척의 이름과 국제해사기구(IMO) 번호도 이번 주의보의 부록에 빼곡히 담긴 점도 작년 주의보와 달라진 점입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다른 나라들의 제재 이행을 촉구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주의보가 유용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think it’s useful for our government...”
주의보를 통해 중국 등 다른 나라들에게 유엔 제재가 여전히 작동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계속해서 감시를 하라는 당부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선박과 회사들의 이름을 명시하는 건, 그만큼 관련 사업체 등에게 경종을 울리는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브라운 교수는 대부분의 유엔 제재가 2017년에 채택돼 2018년부터 본격적인 단속 활동이 벌어진 만큼 이번 주의보에 더 많은 내용이 담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간 비슷한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