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의 무속신앙인이 미국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기 위한 ‘아리랑 굿’을 선보였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무속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1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무당금파 이효남 씨.
이 씨는 20년 전 무속인이 된 이후 지금까지 자신만의 기도법을 연구하고 이를 한국의 민속신앙으로서 예술장르로 소개하는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황해도 지방의 굿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온 이 씨는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리랑 굿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네기홀 공연과 동시에 뉴저지주 소재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에서 위령제를 올렸고, 이번에는 워싱턴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23일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한바탕 굿 판을 펼쳤습니다.
[현장음 녹취]
무대에는 “한국전 참전용사와 함께하는 무당금파의 아리랑 굿 콘서트”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도포를 차려입은 국악인들이 북과 장구, 꽹과리와 피리를 연주합니다.
선율에 따라 빙빙 몸을 돌리고 소품을 들었다 내리며 현란한 춤을 선보이는 이효남 씨.
이 씨 뒤로는 20여개의 각기 다른 무신도가 무대벽을 가득 채웠는데, 이 씨가 기도하는 대상을 나타냅니다.
한국의 14대 환웅 치우천황에게 기도한다는 무속인 이 씨는 이날 객석에 앉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공수를 했습니다.
[현장음 녹취: 이효남] “태극당.. 들어가셔서 우리나라 역사를 알리고 풍습을 알린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로구나..오늘날 이 정성 받으셔서 … 휘이..”
‘공수’는 무당이 기도하는 신에게 받은 말을 그대로 전하는 종교 행위를 말합니다.
이 씨는 보통 굿을 벌이면 서너시간이 걸리지만 특별한 의미로 압축된 메시지를 전해야했고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공수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효남] “이번에는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까, 건강하셔라, 다음에 또 보자, 그리고 한국에서 미리미리 챙겼어야 하는 것을 뒤늦게 챙겨 죄송하다라는 걸 한 거죠. 우리가 신세를 졌으면 갚아야 하는데..”
이날 하늘색 참전용사 제복을 입은 백발의 노장들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아리랑 굿을 진지하게 지켜봤습니다.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40대 미국인 남성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점이 매우 기쁘다며, 말을 알아듣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국인 관광객] “Really happy to see that there some recognition for Korean War Veterans..”
20대 미국인 남성은 자신의 여동생이 한국인이라면서 한국에 가지 않아도 동생이 태어난 나라의 문화의 일부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국인 관광객] “My sister from South Korea.. and..”
또 한 미국인 남성은 미국은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사는 ‘멜팅팟’으로 불려지는 게 실감이 나며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보게되어 반갑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무당금파 이효남 씨의 ‘아리랑 굿 콘서트’ 공연은 이날 두 차례 걸쳐 진행됐습니다. 특히 미 연방의회 앞 잔디밭에서는 민주당 소속 제리 코넬리 연방 하원의원의 감사장이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리는 이번 아리랑 굿은 이날 저녁 워싱턴 인근 한 호텔에서의 만찬 행사로 마무리 됐습니다.
이 씨는 메릴랜드, 워싱턴 DC, 버지니아 지역에 거주하는 30여명의 참전용사들 앞에서 워싱턴DC 한국전쟁기념공원에 세워질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설립 지원기금으로 10만 달러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이 씨는 `VOA'에 남의 나라에서 청춘을 바친 분들에게 뒤늦은 감사를 드리려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효남] “한국이 너무 현대화되고 경제 위주로 가다보니까, 챙기지 못해서, 이제라도 하고 싶죠. 내 나라에서 돌아가셨고, 그 양반들이 청춘인데 남의 나라에서 쉽게 목숨을 내놓을 수는 없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그걸 감사하는 의미로 앞으로도 계속 해야하지 않나..”
이날 모인 고령의 미국인 참전용사들은 한국에서 온 무속인의 뜻밖의 호의가 특별하다는 소감을 말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의 제임스 피셔 사무총장은 `VOA' 에 개인이 마련하는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피셔] “I thoroughly enjoyed it just like a lot of the Korean American veterans. While American Veterans enjoyed it, they've came up to me and said, Boy, I learned something today. It was very good..”
참전용사들에게 이런 공연은 처음이며 많은 참전용사들이 자신에게 와서 매우 좋다는 말을 건냈다는 겁니다.
피셔 사무총장은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에 등록된 용사들의 수가 10년 전 2만여 명에서 현재는 1만 1천 명으로 줄었으며 이들의 평균연령은 88세라고 밝혔습니다.
피셔 사무총장은 참전용사들에게 한국전 참전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며 자랑스러움이지만 미국인들에게서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참전용사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전우들이 목숨을 바쳤지만 현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독재국가로 다른 역사를 거쳐왔다며 관련 국가들의 대화 의지를 지지한다고 말합니다.
피셔 사무총장도 미국과 북한과 한국이 무기를 거두고 경제, 교육, 정보 교류 등 대화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기를 바랬습니다.
북한을 한번도 믿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참전용사는 그들이 하는 말을 미국이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이 지금까지 자신이 지켜본 북한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1953년부터 2년 동안 두 차례 한국에 갔었다는 데이비드 클라크씨는 한반도 평화 문제가 해결되기를 매일 기도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데잉비드 클라크] “I say a prayer every day that it will be resolved that have both peaceful matter”
한편,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기리는 아리랑 굿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무당금파 이효남 씨는 오는 11월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한 차례 더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씨는 이날 참석한 참전용사들을 공연에 초청하겠다면서, 미국인 용사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