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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김정은 개혁·개방 안 하면 반체제 단체 늘어날 것”


북한 평양 시내를 운행하는 전차에 탄 시민들.
북한 평양 시내를 운행하는 전차에 탄 시민들.

북한 정권이 인권을 개선하고 개혁·개방 결단을 하지 않으면 ‘자유조선’같은 반체제 단체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자유조선’은 31일 김정은 정권이 자유의 명령을 거부할수록 수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인권 관련 국제 행사에서는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 대항하는 반체제 인사나 단체들이 없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자주 제기돼 왔습니다.

옛 소련을 비롯해 동유럽 공산 국가는 물론 중국과 쿠바, 베트남, 아랍의 독재 정권에는 수많은 반체제 단체나 유명 인사들이 나라 안팎에서 반독재 투쟁을 펼쳤지만, 북한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는 북한 내부의 철저한 공포정치와 더불어 탈북 망명 인사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으로 풀이합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사람들이 망명해 해외로 가서 많이 여기저기 생기고 많이 정착하고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힘이 있으면 (반체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에 탈북자들이 3만 2천 500여명밖에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원수도 그렇고 경제력도 그렇고 아직까지는 안 되는 거죠.”

하지만 최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반체제 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북한의 김씨 정권에 대응한 반체제 활동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제3국행을 도우면서 국제사회에 알려진 이 단체는 북한 “김씨 일가의 세습을 끊어버릴 신념으로 결집된 국내외 조직”이라고 선전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 2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들어가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빼앗은 게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습득한 정보들을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청에 따라 자발적으로 공유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 사건이 미국 정부와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스페인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적어도 용의자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북한 정부는 지난달 31일 이 사건을 “엄중한 테러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자유조선’은 그러나 북한 정부의 첫 입장 발표 후 31일 늦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치범수용소 해체, 탈북민 북송반대, 개혁개방” 등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이 “자유의 명령을 거부할수록 김정은 정권은 수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 3월 1일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김씨 정권의 타락한 노예로 남아 있다며 임시정부 건립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자유조선 관계자] “자유조선의 건립을 선언한다. 이 임시정부는 인권과 인도주의를 존중하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근간을 세우고 모든 여성과 남성, 아동의 존귀한 존엄성을 존중한다. 이 정부가 북조선 인민을 대표하는 단일하고 정당한 조직임을 선언한다”

‘자유조선’의 이런 활동에 대해 미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단체의 실체를 언론을 통해서만 접했기 때문에 활동이나 영향력을 평가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나라든 국민의 바람을 계속 무시하기로 선택한다면 옛 공산 유럽과 소련에서 일어난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any country that choose to ignore the will of its people will face the kinds of problems that occurred in Central Europe and Soviet Union…”

킹 전 특사는 이어 북한의 열악한 인권 문제에 대해 우려한다는 측면에서 대북 반체제 단체와 인권단체들 사이에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이 변하지 않으면 이런 반체제 활동은 더 증가할 수도 있다며, 다만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의 활동은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처럼 나라 안팎에 잘 알려진 인사가 국내에서 반체제 활동을 할 때 강력한 파급 효과를 줄 수 있지만, 북한처럼 국민과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는 나라에서는 외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반체제 단체의 활동에 대해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체제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단체가 활동한다는 것에 대해 북한 정권도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해외에서 바깥세상에서 이런 반체제 인사들과 단체들이 생겼다는 게 김씨 일가 정권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우려할 만한 발전입니다.”

“기존에 북한 정권을 위협하는 대한민국과 기독교 외에 반체제 단체까지 생겼기 때문에 독재 권력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자유조선’의 일부 과격한 방법을 지지할 수 없지만, 변하지 않은 북한 정권에 강력한 행동을 촉구한다는 측면에서 이 단체를 맹목적으로 비판하기도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실질적인 인권 개선과 개혁·개방 노선을 걷지 않으면 ‘자유조선’같은 더 많은 반체제 단체들이 등장해 북한 정권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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