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제3국에서 출생한 탈북민 자녀들은 언어장벽 때문에 한국 교육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어 교육과 전문적인 심리 상담, 맞춤형 교육 등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 여성과 중국 남성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온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마중물 우리두리하나센터의 이무열 대표가 말했습니다.
[녹취:이무열 대표] “이들은 언어 구사 능력이 되지 않고 많은 문화와 가치관들의 차이점들로 인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탈북 가정의 자녀들을 위탁받아 함께 살며 그룹 홈과 야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2015년을 기준으로 북한에서 출생한 탈북민 자녀들보다 중국 등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 학생은 모두 2천538명이며, 이 가운데 중국 등 제3국 출생이 1천530명으로 북한 출생 1천8명 보다 522명이나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북한 출생 탈북민 자녀들과 달리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들은 탈북민으로 인정 받지 못해 모든 복지정책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교육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북한 출생 탈북민 자녀들과는 달리 대학특별전형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수능시험을 통해 한국 학생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고, 대학교 등록금 면제 혜택도 없고 군대에도 가야 합니다.
이 대표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이 한국의 교육제도를 따라가기가 너무 힘든 실정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이무열 대표] “이질화된 문화와 정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은 탈북민 자녀들을 향한 정부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한국어가 부족한 중국 등 3국 출생 자녀들이 학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중언어가 가능한 한국어 강사와 전문 심리상담사를 채용해 파견해 주거나,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을 위한 특성화 전문학교의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녹취: 이무열 대표] “음악, 미술, 요리, 스포츠 등 각자의 재능을 개발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춰 취업할 수 있도록 전문 기술교육 등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설립 운영됐으면 합니다.”
탈북민 자녀 대안학교인 성비전학교의 송신복 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에서 출생한 탈북민 자녀가 한국에 정착하는 것과 중국에서 태어난 자녀가 한국에 정착하는 것은 엄청나게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송 교장은 특히, 중국에서 온 자녀들은 언어 능력이 부족하고 문화적 충격도 커서 불안과 울분, 분노가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송신복 교장] “탈북민 자녀들을 돌보는 기관에 치유 상담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송 교장은 또 중국 등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의 정서를 읽어내고 1대1로 도와줄 수 있는 상담사 양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의 임향자 교장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은 언어장벽으로 정규학교에서 학습하기가 어렵다며, 그들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향자 교장] “북한 출생 학생들이 하나원에서 기초 적응기간을 갖는 반면,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은 하나원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국내 입국의 통로가 다양해 이들에 대한 명확한 통계적 파악과 적응교육이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제3국 출생 자녀들은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주변인으로 머물거나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임 교장은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적어도 학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정서적인 회복과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을 위해 대학들의 특별전형이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최병환 정착지원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제도적, 재정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병환 과장] “이중언어 강사 부문은 교육부와 저희 통일부 하나재단에서 이중언어 강사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병환 과장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에 대해 대학 자율적으로 정원 내 특별전형을 하도록 협의했다며, 하지만 실제로 반영한 학교는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