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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북한의 미 고위 당국자 비난, `톱 다운’식 담판에만 관심 있다는 의미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3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회담 결렬에 관한 북한의 입장일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3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회담 결렬에 관한 북한의 입장일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미국의 대북정책 핵심 당국자들을 겨냥한 북한의 거친 언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톱 다운’식 비핵화 담판에만 관심이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점점 거칠어지는 것 같네요?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계속되는 현상인데요, 비핵화 협상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강하게 비난한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시정연설이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멍청해 보이고” “사리분별 없이 말한다”며 날 선 공격을 가했습니다. 이에 앞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폼페오 국무장관이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한다”며, `저질적인 인간’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왜 이런 인신공격을 가하는 건가요?

기자) 폼페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북한은 폼페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 때문에 하노이 협상이 결렬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요, 공격을 통해 이들의 입지를 약화시키려 시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의 행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쾌감만 자아내지 않을까요?

기자) 그럴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폼페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 탓으로 주장하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미국의 대북정책 입안과 결정을 책임진 핵심 당국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볼튼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해 인신공격성 비난을 가하자,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왜 위험을 무릅쓰면서 공격적 행태를 계속하는 건가요?

기자) 지금 상황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과는 크게 다릅니다. 북한은 현재,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은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고 싶으면 미국이 빅 딜 등에 대한 현재의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특히 정상회담을 통한 해결을 요구하면서, `올해 말’로 시한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대북 관련 발언에 곧바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달라진 점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의 추가 정상회담 용의를 밝히고 있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가능하다는 판단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조건이 맞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하노이 회담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를 추가하지 않겠다고 하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가 `훌륭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점도 특징적입니다.

진행자)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실무 수준에서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조짐은 없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재개를 위한 모종의 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최근 열린 미-한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했고, 이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축하하는 서신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냈기 때문입니다. 최선희 부상이 볼튼 보좌관을 비난하면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라면 두 수뇌분 사이에 3차 수뇌회담과 관련해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말을 해도 해야 할 것”이라고 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예상 보다 빠르게 성사될 수도 있을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핵심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주장 사이의 간극이 좁혀질지 여부입니다. 이번 주로 예상되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이와 관련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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