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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우방’ 북-러, 되짚어 본 71년 외교사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북한에게 러시아는 70년 넘는 전통적 우방국입니다. 옛 소련 시절부터 특별한 관계를 맺었지만, 양국의 거리는 서로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달라져 왔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북한과 러시아의 과거 외교사를 짚어봤습니다.

북-러 관계는 1945년 10월, 김일성 북한 주석이 당시 소련군과 평양에 입성하면서 시작됐습니다.

3년 뒤인 1948년, 북한과 러시아는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했고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우방국으로 거듭납니다.

1949년을 시작으로 김일성 주석은 모두 9차례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열고, 이 외에 비공식 회담 4차례를 성사시켰습니다.

하지만 스탈린 사망 후, 1956년 니키타 흐루쇼프가 집권하고 북한이 흐루쇼프를 ‘수정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양국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까지 닥치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냉랭해집니다.

하지만 1964년, 흐루쇼프 실각 후 레오니트 브레즈네프가 집권하면서 양국은 ‘군사원조협정’을 체결하고 잇따라 경제기술협력, 경제공동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관계를 개선합니다. 그러나 또다시 양국은 냉각기를 맞습니다

서구 강경노선을 견지하던 러시아에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집권하면서 개혁 개방 정책을 추진한 겁니다.

급기야 1988년 구 소련은 한국과의 수교를 비공식적으로 결정하고, 1990년에는 한-러 정상회담이 엽니다. 같은 해 9월에 맺어진 한-소 수교는 북한과 소련의 관계를 악화일로로 치닫게 합니다.

1996년에는 35년 만에 이어온 양국 간 군사동맹도 해체됐습니다.

그러다 2000년, 북-러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당사국이 긴박한 침입 위협이나 평화와 안보를 위협상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상호 협의하는 ‘조-러 우호 선린 협조 조약’을 맺습니다.

이후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사상 처음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상호 협력과 미사일 문제 등을 담은 ‘북-러 공동선언’을 채택한 겁니다. 선언문에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 연결 사업 등 8개 조항을 담았습니다.

이후 김정일 위원장은 2001년 7월 답방 형식으로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하고, 이듬해 3차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북한과 러시아는 회복기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뒤, 극동 지역 산업 시설을 둘러보고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9년 후인 2011년 8월, 김 위원장은 다시 러시아를 찾아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러 경협을 재추진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2016년 4차 핵실험으로 양국 관계는 다시 소원해집니다.

주춤했던 양국 관계가 갑작스런 밀착 행보를 시작한 건 지난 해 5월.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공식 요청한 겁니다.

이후 북-러 정상회담의 장소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크렝린궁의 발표가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다 8년 만에, 김정은 집권 후 처음으로 북한과 러시아 정상이 만나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국의 움직임을 두고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합니다.

앞서 윌리엄 코트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러시아 담당 보좌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러시아에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을 압박해 줄 것을 부탁하려고 러시아에 정상회담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녹취: 코트니 전 대사] “He will try to ask Russia to use pressure on the US to oppose sanctions on North Korea.”

반면,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러시아주재 대사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소외된 러시아가 이를 만회하기 위한 일환으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선택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버시바우 전 대사] “This would show that Russia is not being isolated despite the crisis in Ukraine.”

북한은 미국과의 핵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우군을 얻기 위해 러시아를,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은 러시아는 북한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는 겁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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