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선박이 말레이시아 해역을 떠났습니다. 석탄을 하역하지 못한 상태에서 열흘 만에 다시 출항한 건데,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또 북한 석탄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될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파나마 선박 ‘동탄(Dong Thanh)’ 호가 말레이시아 인근 해역을 떠난 건 현지시간으로 지난 29일입니다.
VOA가 선박 추적시스템 ‘마린트래픽(MarineTraffic)’과 현지 소식통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말레이시아 케마만 항구에서 약 12km 지점에 머물던 동탄 호는 이날 오후 남쪽으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말레이시아 동부 해안을 따라 운항한 뒤 남단 해역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인도네시아 해역에 진입했습니다. 이어 현지 시간으로 30일 오후 9시께 인도네시아 바탐 섬의 ‘바투 암파르’ 항구에서 약 3km 떨어진 지점에 도착해 머물고 있습니다.
동탄 호는 지난 13일 인도네시아를 출항해 19일 목적지인 말레이시아 케마만 항 인근 해역에 도착했었습니다.
당시 동탄 호에는 지난해 4월부터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서 하역된 북한 석탄 2만6천500t, 약 300만 달러어치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한 말레이시아 당국은 동탄 호에 대한 입항 허가를 내주지 않은 채 항구 경계 밖에 정박하도록 했고, 결국 약 열흘 만에 선박을 돌려보냈습니다.
동탄 호는 이 기간 석탄을 하역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현재까지 문제의 석탄을 싣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가 거래를 금지한 북한산 석탄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주목됩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동탄 호는 다음 목적지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항으로 신고한 상태입니다. 발릭파판 항은 동탄 호가 북한 석탄을 선적한 곳으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현재까지 인근 해역에 억류돼 있습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30일 VOA에 동탄 호가 현재 머물고 있는 지점에서 급유 뒤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착 항구로 신고한 발릭파판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는 동탄 호의 선주인 베트남 D사와 D사로부터 동탄 호를 빌려 운항 중인 V사, 그리고 문제의 석탄을 말레이시아 회사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브로커 등에게 이번 사안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미국 정부와 유엔 안보리는 현재 이번 북한산 석탄의 재수출 시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미 정부 당국자는 지난 22일 VOA에,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고 확인했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도 1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석탄 운송과 여기에 연루된 모든 기업과 개인, 그밖에 관련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불법 활동들과 이후 어떠한 제재 위반에 대해서도 고의든 아니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