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고 싶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일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전면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관한 아베 총리의 발언이 새로운 건 아니지 않나요?
기자)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우선, `조건 없는’ 만남을 강조한 점이 그렇습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현실은 “정치인으로서 통한의 극치”라며,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직후 발언이 나온 점도 이전과 다릅니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전면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고, 이튿날에는 “골프장 사이를 이동하는 약 50분 간 단 둘이서 납치 문제를 논의”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의 최근 잇따른 대북 제스처도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외교청서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는 문구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에 최대 압박을 해야 한다’는 표현이 삭제됐습니다. 과거 11년 동안 매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 결의안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아예 결의안 작성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진행자) 아베 총리는 지난해부터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바람을 밝혀왔던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네.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대한 위협으로 느끼고, 대북 제재에 앞장섰던 나라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차츰 대북 강경 태도를 누그러뜨렸습니다. 아베 총리는 급기야 올해 시정연설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일 국교정상화를 국정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아베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 개인에 대해 언급한 걸 보면, 정상회담에 대한 바람이 상당히 강한 듯 하네요?
기자) 맞습니다. 김 위원장이 “국가에 무엇이 최선인지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발언은 대북 태도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론을 주도했던 아베 총리의 자세와는 크게 대조적입니다. 정상회담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의 태도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아베 총리의 발언은 일본 내부를 겨냥한 정치적 목적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은 7월에 참의원 선거를 치릅니다. 집권 초기부터 납치자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다시 지지세력 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 측과의 물밑접촉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알려진 게 없는 상황에서 발언이 나온 것도,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아베 총리도 한반도 정세 변화의 와중에 일본이 소외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일본은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유일하게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나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납치자 문제 해결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서의 영향력 확보도 불가능합니다. 이는 동북아 국가들 간 역학구도에서 일본의 역할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강한 일본’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 총리에게 북한 문제에서의 소외는 중국 한국 등과의 경쟁에서 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에 호응하고 나설까요?
기자) 지금의 정세에서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는 가운데 경제 활로를 찾으려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전과는 태도를 달리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거액의 식민지배 배상금과 경제협력이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워도, 식량 등 대규모 인도적 지원은 실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