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직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비핵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로 경제난이 심화되면 북 핵 협상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윤영관 전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은 22일, 북한 경제가 더 이상 계획경제, 폐쇄경제가 아니라 시장경제, 개방경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영관 전 장관] “현재 북한 주민들은 가계소득의 평균 80%를 시장활동에서 거두어들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2015년 무역의존도는 48%에 접근해 세계 평균수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의 변화와 한반도 평화의 해법’ 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김 위원장의 국내 통치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화폐개혁을 통해 시장세력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했다가 완전히 실패한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과는 달리 시장세력을 억압하지 않고 반대로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폈다는 겁니다.
[녹취: 윤영관 전 장관] “그 결과 주민들의 경제적 기대수준은 상당히 높아졌고, 그들의 속마음에는 오로지 어떻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인가로 가득차 있습니다.”
윤 전 장관은 북한이 이처럼 무역이 없이는 경제가 지탱하기 어려운 개방경제가 됐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압박, 특히 경제제재에 과거보다 훨씬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제재 수준이 2-3년만 지속된다면 북한이 외화 부족으로 경제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장관은 바로 이같은 이유로 북한이 과거 어느 때보다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영관 전 장관]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의 국내 통치의 정통성 확립 차원에서 경제발전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제재 해제가 필수적이고요.”
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진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발전을 돕겠다고 밝힌 미국이 약속을 구체적으로 이행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은 2016년 이후 강화된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관심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양호 전 차관] “북한의 경제난 심각성과 내구성 정도는 향후 남북관계와 북 핵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홍 전 차관은 북한이 최근 내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자립경제와 자력갱생 구호들이 김 위원장이 미-북 대화의 시한이라고 밝힌 올해 말 이후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북한의 두 차례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정세와 북 핵 협상, 남북관계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양호 전 차관] “일각에서는 자칫 한반도 상황이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홍 전 차관은 북한이 단거리에서 중거리, 장거리 순으로 도발을 높여가고 대남 고강도 위협 훈련 재개와 서해 해상 도발 등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통일연구원 김석진 연구위원은 지속적으로 강화된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재 효과가 별로 없었던 것처럼 보인 것은 북한이 보유중인 외화 지출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상품 수입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보유한 외화가 바닥을 드러내면 제재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그 시간이 그리 오래 남아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김석진 연구위원] “이런 식으로 계속 압박을 가하면 북한 경제는 장기적으로 침체할 수밖에 없고, 결국 북한 주민들도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외화 지출 감소와 이에 따른 상품 수입 감소로 내부 경제 활동의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투자와 건설 사업 부진으로 장기적 성장의 잠재력이 훼손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하지만, 북한에 1990년대 식의 대기근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과거에 비해 식량과 식품의 자급 능력이 크게 향상된 상태라는 겁니다.
아울러 주식용 곡물과 부식용 농축수산물의 생산도 크게 증가했고, 식량과 식품의 시장 유통망도 형성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따라서, 제재가 장기화되더라도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