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한국 민주화운동과 북한 인권운동에 헌신한 윤현 북한인권시민연합 명예이사장의 영결식이 오늘(5일) 엄수됐습니다. 고인은 한국 내에서 국제 인권운동의 씨앗을 뿌렸고,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인권 문제의 공론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지난 3일 별세한 윤현 북한인권시민연합 명예이사장의 영결식이 5일 유가족과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 탈북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거행됐습니다.
김상헌 전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고인이 1970년대 인권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인권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상헌 전 이사장] “사람들이 두려움으로 잠잠하고 있을 때 윤현 이사장님께서는 한국에서 인권의 횃불을 높이 드셨습니다.”
윤현 명예이사장은 군사독재 시절이던 1972년에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한국지부를 공동 설립해 시국 사건 관련 자료를 외국에 보내고,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힘썼습니다.
김 전 이사장은 윤 명예이사장이 칠흙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밝은 별빛이었다며, 사람들이 비로소 힘을 내고 그 뒤를 따랐다고 말했습니다.
윤현 명예이사장은 1990년대에 들어서는 북한인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1994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북한인권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이어 1996년 5월 북한 인권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비정부기구인 ‘북한동포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시민연합’, 현재의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창립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박범진 이사장은 윤 명예이사장이 북한인권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시작한 선구자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범진 이사장] “명예이사장님은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에 아무도 눈 돌리지 않았던 시기에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창립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선구적인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박 이사장은 윤 명예이사장이 세계 최초로 북한인권 국제회의를 개최해 북한인권 실태를 국제사회에 고발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유엔이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제도를 채택하고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를 신설해 1년 간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도록 하는데도 기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활동 초기에는 외로운 외침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해마다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채택되는 등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윤 명예이사장은 또 탈북민들, 특히 강제송환 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은신처를 제공하거나,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이주시키는 일을 지속적으로 벌였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이성주 북한인권시민연합 컨설턴트는 윤 명예이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녹취: 이성주 컨설턴트] “자네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열 여섯살 소년은 우물쭈물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17년 전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컨설턴트는 윤 명예이사장이 자신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7년 전에는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대해, 윤 명예이사장이 북한인권을 위해 비춘 불빛을 동료들과 함께 더욱 밝힐 것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북한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북한인권 운동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윤 명예이사장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수 천 명의 미래의 활동가들, 또 북한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토대와 기반을 닦아주셨죠. ”
이 대표는 그렇게 배출된 사람들이 지금 정부 부처에서 일하고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도 진출했으며 시민단체에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현 명예이사장은 2003년에 미국 민주주의재단이 수여하는 민주주의상을 수상했습니다.
또 2010년 한국 정부 포상인 국민훈장을 받았고, 이듬해인 2011년에는 캐나다 정부가 수여하는 ‘존 디펜베이커 인권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재단의 칼 거쉬먼 회장은 윤현 명예이사장이 북한인권 운동의 진정한 아버지였다고 추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자유로운 나라가 되면 윤 명예이사장의 중심적인 역할이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