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는 미국의 대학들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서부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캘텍(Caltech) 두 번째 시간입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 캘텍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시에 있는 연구중심형 대학으로, 동부에 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 사립 공과대학교입니다. 규모는 비록 작지만 영향력만큼은 MIT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38년간 대학진학 상담과 교육을 해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의 설명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비록 작은 규모지만, 이 학교에서 배출해낸 기라성 같은 많은 졸업생들이 '연방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국내 최고의 연구기관들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이즈에 비해 불균형을 이룰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학교라고 주간지 타임(Time)은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1920년 1월에는 5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약한 대학이었는데요. 하지만 카네기재단, 구겐하임재단 등이 이 대학의 근대화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아낌없이 해줬고요. 특히 1928년, 록펠러재단은 캘텍에 600만 달러를 출원해 200inch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천체 망원경 제작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때부터 시작해 캘텍은 동부의 명문 MIT와 나란히 공학 부분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명문 공과대학의 위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캘텍의 교육이념"
캘텍은 어떤 교육 이념을 가진 학교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캘텍은 개교 당시, 교육계와 정부 기관,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창조성이 뛰어난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을 훈련시킨다는 교육 이념으로 출발했습니다. 이 교육이념은 1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캘텍의 정신이 되고 있습니다. 1920년 불과 9명의 대학원생, 359명의 학부생이었던 캘텍은 2019년 현재, 120여 ac 캠퍼스 부지에 1천200여 명의 대학원생과 950명가량의 학부생, 그리고 900여 명의 교수진으로 성장했습니다."
캘텍은 또 유난히 아시아계 학생이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018년 신입생의 경우 백인 학생이 27%였는데요. 아시아계는 40%에 달했습니다. 반면, 흑인학생들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신입생 입학사정"
계속해서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캘텍의 신입생 입학 사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의 도움말입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2018년 신입생 입학 자료를 살펴보면, 8천200명 넘게 지원해서 6.6%의 입학률을 보였고, 최종적으로 231명이 등록했습니다. 입학 사정국 자료에 의하면, 이중 특별히 불우한 환경에서 성공적인 고교생활을 한 학생들 25%가 신입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캘텍은 '홀리스틱 입학사정방식'을 실시하는데요. 지원자의 학업의 우수성인 양적인 평가와 지적인 탐구력을 심사함과 동시에, 지원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캘텍에 적합한 인물인지 다각도로 심도있게 평가합니다."
그런데요. 다른 대학들과는 달리 캘텍 입학사정국이 특별히 지원자들에게 요구하는 조항이 있다고 합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모든 학생은 STEM을 진정 사랑하고, STEM에 대해 모든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STEM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표현하는 약자입니다. 만약 고교 시절, STEM에 대한 열정이 있었지만 이를 탐구할 기회가 없었다면, 캘텍에서는 그런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건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캘텍은 재학생들에게 다 똑같은 관심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STEM에만 전력을 다할 수도 있고, STEM과 인류학, 축구, 음악 등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접목시켜 자신의 열정을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모형을 도입한 기숙사제도"
이번에는 캘텍의 기숙사 제도 살펴볼까요? 캘텍은 학부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를 'House', 즉 집이라고 부르는데요.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설명 들어보시죠.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1931년에 건립된 4개의 기숙사인 블랙커, 다브니, 플래밍, 그리고 리켓츠는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의 전통적인 기숙사 모형을 그대로 도입한 것입니다. 그리고 1960년에는 로이드, 페이지, 루독이라는 이름의 3개의 기숙사가 추가로 건립됐습니다. 각 기숙사에는 평균 65명에서 100명 단위의 1학년부터 4학년생들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고 있습니다. 또 각 건물마다 사감이 함께 건물 안에서 생활하며 학생들을 돕고 있습니다. 1996년에는 8번째 기숙사인 에버리하우스가 건립됐는데,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진, 때로는 초빙교수진이 거주하기도 합니다."
캘텍 측은 기숙사를 하우스, 집이라고 명명한 것에 걸맞게 학생들이 최대한 집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교내 식당에서도 학생들이 대충 식사를 때우지 않도록 '워크-스터디(Work-Study)'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교내 근무를 하는 재학생들을 통해 마치 고급 식당에서 대접을 받는 같은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캘텍과 NASA 화성 탐사연구소"
캘텍의 명성은 제트추진연구소(JPL), 백크먼연구소, 팔로마관측소, 밀리컨도서관 등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부속 연구소들이 여럿 있다는 것으로도 입증됩니다. 그중에서도 화성 탐사의 주역인 제트추진연구소는 연방 항공우주국(NASA) 산하 기관으로, 1930년대 중반 캘텍 캠퍼스에 세워진 이래 지금까지 캘텍이 관리하고 있다고 하네요.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설명입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제트추진연구소는 최초로 태양계를 벗어난 다른 행성으로까지 우주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태양계 안에 있는 달 뿐만 아니라 수성에서부터 해왕성까지 탐사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우주개발 사업만 40건이 넘고, 이미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20여 개의 무인우주선을 관리하고 있는데요. 2018년 예산만 해도 25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MIT 공대와 못 말리는 경쟁"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선배 동문과도 끈끈한 정과 인맥으로 명성이 나 있는 캘텍은 MIT와는 최우수 공대라는 명성을 놓고 늘상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고 합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캘텍 캠퍼스에는 '플레밍(Fleming)'이라고 불리는 대포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대포는 대학의 중요한 행사나 졸업식 때 축포를 발사하는데 캘텍이 소중히 여기는 보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2006년 3월, 익살맞은 MIT 재학생 수십 명이 대륙을 횡단해 이삿짐 센터 직원들로 가장해서 캘텍 캠퍼스에 있는 이 대포를 훔쳐, 다시 대륙을 횡단해 MIT 교정에 전시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러자 이에 대한 반격으로 다음 달, 이번에는 대형 트럭을 몰고 온 캘텍 재학생 20여 명과 보스턴에 거주하던 동문 7명이 합세해 MIT 교정에 진격해간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앞에는 "이 대포는 원 위치로 돌아간다" 뒤에는 "아무나 캘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글이 적힌 캘텍 유니폼을 입고 들어가 플레밍 대포를 도로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륙을 횡단해 왕복 6천mi, 9천600km 이상을 여행하고 돌아온 플레밍 대포는 지금도 캘텍 교정에 고이 전시돼 있는데요. 캘텍과 MIT, 이들이 얼마나 학문의 최고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재밌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네요.
네, 지성의 산실 미국 대학을 찾아서, 시간이 다 됐습니다. 다음 주 또 다른 미국의 대학 소개해드리기로 하겠고요.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