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던 호주인 알렉 시글리 씨가 석방됐습니다. 시글리 씨는 자신이 억류됐던 이유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은경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유학 중 최근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됐던 호주인 알렉 시글리 씨가 4일 풀려났습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호주 의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시글리 씨의 석방을 위해 도움을 준 스웨덴 당국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모리슨 총리는 시글리 씨가 "안전하고 무사하며, 북한이 그를 석방해 안전하게 그 나라를 벗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그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해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시글리 씨의 아버지인 게리 시글리 씨도 언론에, 아들이 "석방돼 안전한 상태에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모리슨 총리는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시글리 씨의 석방은 "다른 나라들과 긴밀히 협력해 복잡하고 민감한 영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신중한 막후의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호주는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만 대사관을 두지 않고 있어, 평양의 스웨덴대사관이 호주 정부를 대신해 북한 측과 이번 사안에 대해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글리 씨는 석방 직후 중국 베이징의 공항에 도착해 밝은 표정으로, 자신은 "괜찮고", 기분도 "매우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평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시글리 씨는 이날 베이징의 호주대사관에 잠시 머문 뒤 일본인 부인이 거주하는 도쿄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시글리 씨는 지난달 24일이나 25일 무렵 북한 당국에 체포됐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북한 당국은 아무런 공식 발표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글리 씨는 2012년 북한을 처음 방문한 뒤, 이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북한 현대문학 석사 과정을 밟는 유학생으로 지냈습니다.
시글리 씨는 북한의 교육 관련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통일 투어스’를 설립해 활동하면서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에 평양의 건물과 음식, 포스터 등 다양한 모습을 올려왔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류경호텔에 새 간판이 걸려있는 사진과 함께 “개업 날이 다가오고 있는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시글리 씨는 지난 3월 영국 ‘가디언’ 신문 기고문에서 중국 연구학자인 호주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중국 유학 중 기숙사에서 북한 유학생들을 만나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연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또 북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김일성종합대학 유학이 성사됐다며, 자신은 평양에서 동행인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호주인이 북한에 억류됐던 것은 이 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14년 기독교 선교사인 존 쇼트 씨가 억류됐다가 보름 만에 풀려났었습니다.
VOA 뉴스 이은경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