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토 웜비어의 가족이 압류된 북한 선박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청구서를 제출한 것을 계기로, 미국 내 또 다른 북한 자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재무부가 압류한 자금 외에 일부 은행에도 북한 자금이 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민사상 압류 소송을 제기한 북한 자산입니다.
현재 북한이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미국 법원은 이 선박에 대한 최종 몰수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 선박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오토 웜비어의 가족은 이 선박의 공매 혹은 폐선 처리 이후 남는 돈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다만 선박 업계 관계자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북한이 보유한 두 번째로 큰 화물선이지만, 노후한 관계로 고철 값 이상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고철 값 약 300만 달러 정도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300만 달러가 웜비어의 가족에게 전달된다고 해도, 여전히 웜비어의 가족이 북한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전체 배상금 약 5억 달러에는 크게 못 미칩니다.
이 때문에 웜비어 가족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 외에 미국 내 또 다른 북한 자산에 대한 추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와이즈 어네스트 호 외에 북한의 일부 자산이 미국의 사법 관할권 아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최근 의회에 제출한 ‘테러범 자산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 내 북한 자산 총 7천436만 달러를 봉쇄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전년도의 6천340만 달러와, 북한이 1차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기 직전인 지난 2008년 집계된 3천400만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입니다.
다만 이 자산이 어떤 형태로 미국에 존재하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고, 웜비어 가족이 확인해야 합니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0년, 북한이 연루된 테러 사건 소송에서 약 3억 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았던 루스 칼데론 카도나는 당시 곧바로 법원에 재무부가 동결한 미국 내 북한 자산 현황을 공개하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에 따라 해외자산통제실은 카도나의 변호인 등에게 열람을 허용했고, 이후 카도나 측은 JP모건 체이스 은행과 뉴욕멜론, HSBC, 스탠다드 차터, 도이치 미국 신용, 시티, 인테사 상파울루 은행과 중국은행 등을 상대로 북한 측 자산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최소한 이들 은행들에 북한과 관련된 자산이 있다는 사실이 당시 소송을 통해 드러난 겁니다.
카도나는 이후 법정공방 끝에 10만 달러 미만의 금액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미 카도나 측이 숨어 있던 자금 상당 부분을 찾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웜비어 측은 2010년을 전후해 드러난 북한 자산이 아닌, 이후에 추가된 북한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아닌 해외에 있는 북한 자산을 회수하는 것도 웜비어 측의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과 거래가 활발했던 나라에 남아 있는 북한 정권의 자금을 비롯해, 최근 일부 나라들이 압류한 북한산 석탄 등 대북 제재 위반 품목 등이 그 대상입니다.
그러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법과대학원의 노정호 교수는 올해 초 VOA에, 해당 국가에서 법적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노정호 교수] “제 3국의 법원에서 그걸 인정해서 집행을 시켜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절차상 그 나라까지 가서 확정된 판결을 받아야 하고... 사실은 제 3국에서 하는 건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이고...”
노 교수는 이런 사실은 미국의 동맹국이나 우호국들, 이를 테면 호주나 일본 법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웜비어 가족에게 내려진 배상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 ‘징벌적 손해배상’인데, 대부분 나라들이 이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노 교수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