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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주도 협상에도 한-중 역할 여전…중재자는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우너장이 지난 6월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우너장이 지난 6월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났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두 나라 정상 간의 직접 소통과 깜짝 회동 등에 의존해 진행되면서, 대화 프로세스에 동력을 부여하려던 중국과 한국의 역할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유일한 후원자로서 중국의 영향력과 향후 경제적 보상의 중요한 축을 담당할 한국의 역할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DMZ 회동.

짧은 트윗 하나로 만남이 성사된 뒤 비핵화 협상의 다음 수순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지만, 이면에선 주요 이해 당사국인 중국과 한국의 역할과 영향력에도 변화가 엿보인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역내 공동 목표가 철저히 미-북 정상의 개인적 관계에 기초해 추진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면서, 중국과 한국의 ‘중재력’이 완전히 배제되거나 어느 한쪽이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잃게 된 것 아니냐는 의문에서 비롯된 진단입니다.

하지만 미 정부와 워싱턴의 싱크탱크에서 동아시아 역학 구도를 오래 다뤄온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주변국들이 갖는 특수한 지정학적 영향력은 단발적 사건에 좌지우지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에 한층 다가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행보는 껄끄러워진 북-중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시도이지만, 그런 모습만으로도 중국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부차관보] “Xi, by his very presence there, was reminding North Korea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at China remains North Korea’s lifeline, that China for North Korea is an essential partner because of the dominance of China in North Korea’s international trade. And China also wanted to remi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s well as North Korea that China has a stake in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China has a stake in the satisfactory resolution of the nuclear issue, and that China wants its interests and its stake to be respected by all the players, including North Korea.”

시진핑 주석이 중국은 북한의 생명줄이자 북한과의 무역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파트너라는 점을 북한과 국제사회에 상기시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핵문제의 만족스러운 해결에 이해가 걸려있으며 북한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들이 이 같은 이해 관계를 존중하기 바란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당사국으로서 중국의 자신감은 이전보다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윤 쏜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윤 쏜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윤 쏜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을 그 계기로 꼽습니다.

[녹취: 윤 쏜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With the two rounds of meetings between Kim Jung Un and President Trump, the Chinese has a pretty clear sense that the U.S. and North Korea are not able to reach a deal bilaterally, that they either do not trust each other or their demands and their conditions they’re willing to put up with simply do not match, which means that as long as the U.S. and North Korea cannot independently reach a deal, then I don’t think the Chinese would be as worried.”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중국은 미-북 양자 간 합의는 달성되기 어렵다고 명확히 느끼게 됐다는 겁니다.

미-북 간 신뢰가 없거나 서로 조건을 맞추지 못한다는 뜻인데, 이처럼 두 나라가 따로 합의를 할 수 없는 한 중국은 걱정할 게 없다고 윤 선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이 갖는 무게감과 북-중 관계의 현주소는 별개라며 대북 영향력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상당 기간 악화일로로 치닫던 두 나라 관계가 저점을 찍었지만 전면 복원된 건 아니라는 한계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22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한반도 안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22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한반도 안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두 나라 관계가 여전히 회복 단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중국이 제재에 동참한데 대해 화가 많이 나 있고 중국 역시 북한의 과거 행동들에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수전 손튼 전 차관보 대행] “I think it’s on the recovery for sure. There was a lot of antipathy there towards North Korea on the part of Xi for the first several years after he assumed the power in China…The North Koreans are going to remain highly suspicious of China of course because they are very upset they have gone along with sanctions regime and the Chinese are going to continue to be upset with North Korea because of their behavior and some other things that happened in the past.”

따라서 두 나라가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김정은 위원장의 몇 차례 방중을 통해 건설적인 진로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역시 ‘순망치한’ 시절을 상기시키는 온갖 수사에도 불구하고 2017년 말까지 이어졌던 북-중 간 마찰과 불협화음은 여전히 ‘수선과 재건’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폭발”에 비견될 만큼 활발했던 지난해 남북 간 외교 때문에 중국의 영향력이 한국과 미국의 영향력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는 우려를 중국 관리들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부차관보] “One of the concerns that I heard directly from Chinese officials is that China’s influence is being supplanted by South Korean and-or United States’ influence in North Korea. And that is a concern in Beijing, among officials and think tank types and experts alike, that China was running the risk of having North Korea increasingly drift out of its orbit. And that was a particular concern of the Chinese and was probably one of the motivating factors behind China’s decision to allow Xi Jinping to go to Pyongyang.”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기본적인 위상은 흔들려본 적이 없다는 게 대중 외교를 최전선에서 담당했던 전 미 당국자의 평가입니다.

2011년 8월부터 2014년까지 2월까지 중국에 주재한 게리 로크 전 미국 대사는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관련해 늘 핵심적 역할을 했다며, 중국의 중요성이 감소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로크 전 주중 미국대사.
게리 로크 전 주중 미국대사.

[녹취: 게리 로크 전 주중대사] “Beijing has always occupied a pivotal role with respect to the stabilizing the Korean peninsula so the importance of China has never diminished. I’m sure that any settlement of the tensions and the end to proliferation of the nuclear development…missile testing will have to involve China. China has a very key role to play in promoting peace and stability on the peninsula.”

따라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끝내는데 중국이 반드시 관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다른 이해 당사국인 한국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비핵화 협상에서 원래의 입지가 축소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윤 쏜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비핵화 협상 무대에서 한국이 ‘축출’됐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 쏜 스팀슨센터 선임 연구원] “I think South Korea’s role is essential to what has happened. Because it is South Korea’s border, it is demilitarized zone between North Korea and South Korea. And for Trump to be in the DMZ to have the summit with Kim Jong Un, South Korea has played an essential and supportive role in that process. So I do not support the argument that South Korea is out. I think South Korea’s role as a mediator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is limited but it doesn’t mean that its other roles are limited as well.”

이번 DMZ 회동을 비롯한 모든 과정은 한국 국경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만큼 한국은 당사국으로, 핵심적 역할과 지원 역할을 둘 다 수행해왔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비핵화 협상에서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일 수 없는 한국은 운전석에 앉은 것도 아니고 ‘중재자’ 역할을 맡기도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역할마저 덩달아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며, 한국은 북한의 요구를 미국에 전달하고 미국의 상황 분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남아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특히 북한과의 합의 타결 이후 중국과 한국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 “I really think both Xi and Moon are important. But the really critical players are Kim Jong Un and President Trump. And everybody else is relatively less important. But both Xi Jinping and Moon Jae-in, if there’s a deal, they will have to be important supporters of the agreement because as I said to some extent economic benefits will have to be provided in exchange for a freeze. And that will mean both sanctions release but also economic projects, which can only come from China and South Korea.”

‘플레이어’인 트럼프와 김정은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이들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게 사실이지만, 막상 합의가 성사되면 ‘동결’ 등의 대가인 경제 협력 사업은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제공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한편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화하는 데는 그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DMZ 회동이 중국과 한국을 모두 열외로 밀어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고든 창 변호사.
고든 창 변호사.

[녹취: 고든 창 변호사] “I think that both Moon Jae-in and Xi Jinping are out. What President Trump has done is of course controversial and there are downsides to the meeting. But the one upside is that he’s strengthening the relationship with Kim and I think that is an attempt to woo Kim away from the Chinese. So I think that essentially you’ve got both China and South Korea now on the sidelines.”

고든 창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깜짝 회동에 논란의 여지와 부정적 측면이 있지만 대북 제재 이행 등에 걸림돌이 돼 온 중국을 배제시킨 것은 바람직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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