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 법안’, 이른바 ‘송환법’ 개정을 두고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홍콩 행정당국은 법을 고쳐 범죄자를 중국에 인도할 수 있는 길을 열려다 결국 이를 포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범죄인 인도 규정에 근거해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창립자를 영국에서, 그리고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캐나다에서 송환해 오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 시간에는 미국의 범죄인 인도 제도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범죄인 인도 제도는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자국에 머무는 사람을 범법행위가 발생했던 나라에 인도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범죄인 인도는 본인 동의와 상관없이 한 국가가 자국 거주자를 다른 나라에 형사소추나 형 집행을 위해 인도하는 제도로 범죄 분야 국제 협력 가운데 가장 중요합니다.
범죄인 인도는 대개 양자조약이나 다자조약에 근거해 이행됩니다. 미국은 법과 규정으로 범죄인 인도나 송환 절차를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범죄인 인도 제도의 일반 원칙”
조약이나 관행, 또는 법으로 확립된 범죄인 인도 제도에는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먼저 인도 대상이 된 사람이 저지른 일이 인도를 요청한 나라와 인도국에서 모두 범죄가 돼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나라는 범죄인 인도 대상에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군인이나 정치범, 그리고 송환되면 종신형이나 사형 선고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인도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형벌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경우에는 인도가 가능합니다.
또 많은 나라는 자국민을 외국에 인도하지 않습니다.
“미국 내 범죄인의 외국 송환 절차”
과거 한국에서 살인을 저질렀던 사람이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어떤 나라가 미국에 있는 범죄용의자를 송환하려면 먼저 미국 국무부에 범죄 사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송환을 신청해야 합니다. 그러면 국무부는 이를 연방 법무부에 넘기고 법무부는 이 요청이 국제조약에 맞는지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법무부가 송환 요청의 적법성을 확인하면 체포영장을 받아 범죄용의자를 체포해 법원 심리에 넘깁니다. 다음 심리를 진행한 법원이 범죄용의자를 송환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 건을 다시 국무부에 넘기고 국무부는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 최종 인도 여부를 결정합니다.
만일 국무부가 최종적으로 송환 결정을 하면 법무부가 영장을 발부해 송환 대상자를 외국에 인도하면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외국에 있는 범죄인의 미국 송환 절차”
외국에 있는 범죄인을 미국으로 송환하려면 먼저 미국 주 검찰이나 연방 검찰이 송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합니다. 여기서 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연방 법무부에 정식으로 범죄인 송환을 요청합니다.
다음 법무부가 송환 요청을 승인하고 이를 국무부에 보내면 국무부는 미국 대사관을 통해 송환 요청을 현지 정부에 전달합니다.
이 요청을 현지 정부가 승인하면 범죄인 인도 절차가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 법원 집행관(US Marshals)이 직접 범죄인을 인도받기도 합니다.
“인터폴 적색수배”
범죄용의자 송환을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도 있습니다.
인터폴에 가입하고 적절한 영장이나 법원 명령을 보유한 나라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인터폴은 미국과 한국,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190여 개 나라가 가입한 국제기구로,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 수배와 체포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 정보를 공유합니다. 인터폴 회원국이 자국에 있는 적색수배자를 체포한 경우, 이 사람을 수배를 요청한 나라에 송환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은 나라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절반 이상 나라들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었습니다. 조약을 맺은 나라는 대부분 유럽과 중남미 지역 국가들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과 이란, 러시아, 북한, 구소련 공화국, 그리고 많은 아프리카, 중동 나라들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어도 관행이나 국제 협력 관점에서 범죄용의자를 송환하거나 인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송환을 추진하는 중요 범죄용의자들”
현재 미국이 송환을 추진하는 범죄용의자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두 사람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 정부 요청으로 지난 2018년 12월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사 부회장을 체포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멍 부회장을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해 미국에 인도해 달라고 캐나다 정부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또 영국 정부에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도 인도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어산지 씨는 미국 정부 기밀문서를 폭로한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그는 미국 송환을 피하려고 장기간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안에 피신해 있었습니다.
현재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과 어산지 씨의 송환 여부를 현지 법원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미국 정부에 인도되면 정식으로 재판을 받습니다. 캐나다와 영국 법원이 장차 어떻게 결정할지 주목됩니다.
뉴스 속 인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임 그리스 총리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주인공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임 그리스 총리입니다.
지난 7월 7일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중도우파 ‘신민주당’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현 총리가 이끄는 좌파연합 ‘시리자’를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개표 결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가 이끄는 신민주당이 거의 40%에 가까운 득표율로 제1당이 됐습니다.
8일 아테네 대통령궁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초타키스 대표는 그리스 정교회 총대주교 앞에서 선서하고 총리직을 이어받았습니다.
올해 51살인 미초타키스 대표는 미국 명문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금융계에서 일하다 정치에 발을 들였습니다.
미초타키스 총리의 아버지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도 지난 1990년대 초 총리를 지냈고 누이는 아테네 시장과 외무장관을 지냈습니다. 미초타키스 집안은 오랜 기간 그리스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지난 2016년 1월 신민주당 대표가 됐습니다. 당시 신민주당은 이전 총선과 국민투표에서 패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대표가 된 뒤 좌파 정권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습니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치프라스 총리가 외국에 모든 것을 내주고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그리스는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2018년부터 그리스가 긴급 구제금융에 의지하지 않게 됐지만, 경제 회복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치프라스 정부가 마케도니아가 나라 이름을 북부 마케도니아로 바꾸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거세진 유권자들의 분노를 잘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세금 인하, 민영화 촉진, 그리고 중산층 부활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미초타키스 신임 총리는 세금 인상 등 긴축을 요구하는 국제사회 압력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1년 시간을 주면 그리스가 뭔가를 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채권단과 국제금융시장에 확신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범죄인 인도 제도’. 그리고 뉴스 속 인물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임 그리스 총리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