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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북한, 대미 협상력 강화 시도...한국에 대한 불만 표출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17년 9월 화성-12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17년 9월 화성-12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발사에 대해, 무력시위로 미국과 한국을 압박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미국에는 제재 완화가 담긴 유연한 협상안을 실무 협상 재개 조건으로, 또 한국에는 자신들의 요구를 미국에 전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4일 VOA에, 미-북 실무 협상 재개 과정에서 북한이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미국에서 여러 가지 유연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북한이 만족할 만한 수준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으니까 그것에 대한 불만 표출이죠.”

북한은 미국에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그 전까지는 어떤 양보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자평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전제를 깰 수 있다는 공세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욱 한국 국립외교원 교수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배경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는 미국에 대한 불만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어느 정도 경제 협력과 지원을 확보해 놓은 만큼 제재를 빨리 풀어야 하는 상황인데, 현 단계에서는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느긋한 모습에 분노를 표출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실무 협상 재개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내걸며 무력시위에 나섰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기존에 했던 북한의 협상 입장, 즉 영변 폐기에 대한 대가로 원하는 수준의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한 협상 방안을 얻어내기 위해서 계속 미국을 압박하는 그런 정책이라고 봐야겠죠.”

김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에도 주목했습니다.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을 전후해 새로운 잠수함을 공개한 데 이어 미사일 도발도 감행했다는 겁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볼튼 보좌관도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마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 발사로 보내는 시그널 가운데 또 하나는 볼튼을 빨리 교체하라는 시그널도 숨어 있지 않나 싶어요.”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실무 협상 대신 미사일 도발 카드를 선택한 것은 지난달 열린 미-북 판문점 회동이 빚어낸 착시효과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연구원] ”지금 판문점 (회동)이 사실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마치 뭔가 잘 된 것 같은 컨벤션 효과에 우리가 사로잡혀 있거든요. 문제는 하노이에서 드러난 미-북 간의 이견 절충, 실무적인 문제가 진짜 원인이거든요.”

그러면서, 실무 협상 준비 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미국에 관철되지 않자 한국에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해 한국산 쌀 지원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겁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마지노선’을 넘기지 않는 저강도 수준의 무력을 과시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사태가 악화되기 이전에 미국 측에서 공정한 제안을 갖고 실무 협상에 나와달라는 촉구성 무력시위이기도 해요.”

임 교수는 북한의 셈범에는 내년에 각각 대선과 총선에 돌입하는 미국과 한국의 정치 상황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긴장을 초래하면 미국도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갖고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적어도 미-한 연합훈련이 끝날 때까지 이같은 북한의 저강도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그 후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입니다.

[녹취: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무조건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느 순간 타협점을 찾을텐데, ‘맥시멈’으로 북한도 미국을 압박하고, 그 결과로 연말이나 연초에 또 위기가 조성되든, 아니면 그 위기가 끝나든 거기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봐요.”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연말까지는 단거리 미사일과 같은 도발을 이어가다 연말 이후에도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점차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인다 해도 미국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 ‘스냅백’ 과 같은 한시적 제재 완화를 적용하더라도,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김 교수는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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