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을 제외한 핵 합의 당사국들과 이란이 오스트리아에서 긴급 회동했습니다. 양 측 모두 건설적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지난 주말, 공정한 선거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류 중인 야당 지도자가 독극물에 노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이란 핵 합의 당사국들이 긴급 회동을 했군요.
기자) 네, 이란과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이란 핵 합의 당사국들이 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존폐 위기에 놓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란 핵 합의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날 회동에는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이란 등 미국을 제외한 이란 핵 합의 당사국들과 유럽연합(EU) 측에서 차관급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당초 이란 핵 합의 서명국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그리고 이란은 이른바 이란 핵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그 댓가로 서방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등을 풀어주고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게 골자인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노선을 바꿔 지난해 이란 핵 합의에서 전격 탈퇴했습니다. 이란이 여전히 핵 무기를 개발하고 역내 안정을 위협하는 등 핵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전격 탈퇴를 선언한 게 지난해 5월이었으니까, 벌써 1년이 넘었는데요. 그 사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두 차례에 걸쳐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 정권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이에 맞서 이란만 핵 합의를 이행하지는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란 핵 합의에 규정돼 있는 저농축 우라늄의 농도와 비축량의 상한선도 올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이 실제로 행동에 들어갔습니까?
기자) 네, 이란 핵 합의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정도를 3.67%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최근 이란은 이를 4.5%까지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은 최대 20%까지 올릴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핵 무기를 제조하는 데는 9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기술이나 우라늄 비축량 등으로 볼 때 1년이면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할 수도 있을 거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이란은 우라늄 비축량에 대한 합의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죠?
기자) 이란 핵 합의에 따르면 또 이란의 농축 우라늄의 비축량은 300kg을 넘지 못하고, 초과하는 것은 러시아 등 해외 매각을 허용하고 있는데요. 이란은 최근 비축량도 초과했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초과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28일, 이란은 지난 2015년 핵 합의 이래 지금까지 24t의 우라늄을 농축해왔다고만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빠지고 나머지 이란 핵 합의에 서명한 나라들이 이날 모인 건데요. 회의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이란 대표인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회의 분위기가 건설적이고 논의도 좋았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 대표들 중에서도 나온 이야기가 있습니까?
기자) 푸공 중국 대표는 회의를 하는 동안 잠깐씩 경직된 순간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매우 좋았고 우호적이었으며 매우 전문적인 논의들이 이뤄졌다고 전했는데요. 그러면서 회의 참가자들이 모두 이란 핵 합의를 살려야한다는 데 여전히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은 유럽이 이란 핵 합의를 살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은 유럽이 핵 합의에서 약속한 대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이란의 주요 자금줄인 원유 수출 원천 봉쇄에 나서고 있는데요. 이란은 9월 5일까지 유럽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으면 추가 조처를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에게도 이란 핵 합의를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유럽연합은 이란 핵 합의를 살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핵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인스텍스(INSTEX)'라는 금융 특수목적 법인을 출범시켰는데요.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락치 차관은 이날(28일) 인스텍스가 아직 작동하지 않고 있지만,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락치 차관은 이어 유럽이 핵합의에 따른 이란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으면 이란은 합의 이행을 계속 줄일 것이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는 최근 유럽과 이란 간 긴장이 특히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최근 영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국의 유조선을 억류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앞서 영국은 영국령 지브롤터 해협 인근에서 유럽연합의 대 시리아 제재를 위반했다며 이란 유조선을 나포했고요. 이에 맞서 이란도 안전상의 이유라고 주장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사건이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회의 후에 또 다른 후속 회의가 열리는 겁니까?
기자) 네, 이번 회의는 차관급이어서 어떤 구체적 해법을 내놓기에는 사실 무리였고요. 회의 참석자들은 앞으로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기로 전반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주말에 러시아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고요.
기자) 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27일 공정한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이날 시위에 약 3천500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도심 곳곳에서 찍힌 영상들을 보면 적어도 8천 명 이상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위대는 뭘 요구하는 겁니까?
기자) 러시아에서는 오는 9월 8일 지방선거가 있을 예정입니다. 모두 45석이 걸려 있는데요. 시위대는 러시아 선거 당국이 당선이 유력한 야권 후보들의 등록을 막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 선거 당국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들에게 5천 명의 추천인 서명 등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서명을 받아 오더라도 일부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후보 등록 신청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날 시위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체포됐네요.
기자) 언론 매체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1천 명에서 1천400명 정도 불법 집회 참가 등의 이유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체포된 건 최근 10년 사이 처음 있는 일인데요. 대부분은 즉각 석방됐지만, 아직 150명 정도는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경찰과 시위대 간의 마찰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당초 모스크바시 당국은 이번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현지 목격자들은 경찰이 해산에 불응하는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고, 시위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봉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야권 지도자도 구류돼 있는 상황이라고요.
기자) 네,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 씨가 이번 시위를 주도했는데요. 러시아 당국은 이번 시위가 벌어지기 전인 24일 일찌감치 30일 구류 처분을 내렸습니다. 불법 시위를 주동했다는 혐의인데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나발니 씨는 지난해 러시아 대선에 나서려고 했지만, 러시아 선관위는 나발니 씨의 횡령 등을 문제 삼아 출마 자격을 박탈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나발니 씨의 신체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고요.
기자) 네, 나발니 씨측은 28일 오전 나발니 씨의 얼굴이 심각하게 붓고 목과 가슴, 팔꿈치 등에 피부 발진 등 알러지 증상을 일으켰다고 전했습니다. 나발니 씨 변호인은 나발니 씨가 그동안 단 한번도 알러지 증상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면서 담당 의사의 의견을 빌어 제 3자에 의한 화학 물질 노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나발니 씨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기자) 이날 오전 병원에 긴급 입원해 치료를 받고 다시 29일 오전 다시 재수감됐는데요. 병원 관계자는 러시아 언론에 "나발니 씨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나발니 씨의 측근은 병원 측의 퇴원 조치는 나발니 씨의 건강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나발니 씨가 전에도 화학 공격을 당한 적이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로부터 녹색 염료 공격을 받아 한 쪽 눈이 일시적으로 실명된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2015년, 야권 지도자였던 보리스 넴초프가 의문의 총격을 받고 목숨을 잃은 일도 있는데요. 영국 가디언은 나발니 씨가 당장 위험하거나 긴박한 징후는 없지만, 이번 사건은 나발니 씨의 신변 안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이 28일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 진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미국 대사관은 성명에서 러시아 경찰 당국의 폭력적 단속은 과도한 경찰력의 사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국이 타이완 인근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벌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동남해역에서 이번 주 대규모 훈련을 진행합니다. 정확한 시간이나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중국 저장성 해사국은 28일 오전 6시부터 오는 8월 2일 오후 6시까지 중국 남동부 광둥성과 후지안성 인근 해역에서 ‘군사 활동’이 진행된다며 주변 해역에서의 선박 운항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사국은 또 저장성 인근 해역에선 군사 훈련으로 1일 저녁까지 접근이 제한된다고 밝혔는데요. 해사국이 제시한 해역은 모두 타이완에서 가까운 곳입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훈련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까?
기자)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9일 인민해방군의 모든 군종, 그러니까 육군과 해군, 공군, 로켓부대, 전략지원부대 등이 모두 참여하는 실전 훈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훈련은 타이완 분리·독립주의자들에 대한 경고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훈련이 이미 예고됐었다고요?
기자) 네, 중국 국방부가 지난 14일 공고문을 내고 중국인민해방군이 곧 동남해역에서 해상, 공중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연례 계획에 따른 정기훈련이라는 설명이었는데요. 그러자 중국 언론은 타이완을 겨냥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이 머지않아 실시될 것이라고 전망했었습니다.
진행자) 실전훈련 발표에 타이완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타이완 국방부는 29일 성명을 내고 국가의 안전과 지역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측의 훈련 상황을 밀접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타이완군은 주요 방위 전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가 안보를 수호할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바로 며칠 전에 중국이 타이완과의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중국이 지난 24일 자국의 국방 전략과 발전 계획을 담은 ‘신시대 중국의 국방’이라는 제목의 국방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백서에서 타이완과 반드시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군은 국가의 평화 통일을 위해서 무력 사용 포기를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분열하려는 시도와 외국의 내정 간섭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실제로 타이완을 겨냥한 실전 훈련을 진행하면서 타이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타이완 근해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전투기와 정찰기 등을 동원해 타이완을 포위하는 형태의 훈련인 일명 ‘포위 훈련’을 종종 실시하는가 하면 군함을 인근 해역에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중국의 행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도 타이완 해역에서 항행에 나서고 있죠?
기자) 네, 중국이 국방백서를 발표한 날인 지난 24일, 미 해군 군함인 ‘앤티텀’호가 이틀에 걸쳐 타이완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타이완 해협은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닷길로, 가장 좁은 곳은 폭이 13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요. 미 해군 측은 앤티텀의 항행은 국제법에 따른 것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해군은 지난 5월에도 구축함과 유조선을 타이완 해협에 파견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럴 때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중국은 불쾌감을 표명하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타이완 역시 중국 영토임을 인정하라는 주장인데요. 하지만 미국과 타이완은 국방력 확장으로 국제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