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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중국인 북한 관광...이해 관계 따라 언제든 바뀔 수도"


북한 라선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형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모였다. (자료사진)
북한 라선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형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모였다. (자료사진)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최근 북-중 이해관계가 부합해 급증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동될 수 있다고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주변국에 대한 정치·군사 압박용 무기로 관광을 사용하는 추세가 늘고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31일 VOA에, 최근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은 북-중 간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며,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와, 국제사회의 제재로 부족한 외화를 관광으로 메우려는 북한 당국의 목적이 부합해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그러나 이런 상황이 1~2년 안에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Do not be surprised within 1 year or 2 years, there is a difficult moment between China and North Korea and tourism goes down to one thousand people for a short time…”

주체를 강조하는 북한은 중국에 의존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중국이 자신들의 바람과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경우 언제든 관광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 정부 역시 정치·군사적 이익에 따라 과거 대북 관광을 제한했기 때문에 두 나라 관계에 어려움이 오면 단기간에 관광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소바쥬 전 소장은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1일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7월호에서 북-중 관광에 관해 비슷한 전망을 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노동신문’ 기고를 통해 대북 지원의 수단으로 관광을 강조한 만큼 중국인들의 대북 관광이 많이 증가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조이고 푸는 과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김한규 한국관광공사 차장은 리뷰에 실린 ‘중국인 북한 관광의 흐름과 변화’란 제목의 논문에서, 주요 근거로 중국 정부의 `관광 무기화’를 지적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겪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문제, 타이완과의 양안 문제 등에서 관광을 무기로 적극 활용했으며, 북한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김 차장은 그러면서 중국이 2000년대 들어 중단했던 5차례의 대북 관광 배경을 보면 대부분 북한의 핵실험 등 정치·군사적 이유 때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증대됐고, 특히 중국의 대북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의 약한 고리를 활용해 관광을 더욱 무기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북한 국가관광총국 관리를 인용해 지난해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20만 명 가운데 90%가 중국인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관광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겁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 정권이 대 중국 의존도를 줄이면서 외화를 벌어들일 목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한국과 활발한 관광 교류를 바라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Because it’s not sanctioned I’m sure it’s something that they would like to see South Korea responded to Mount Kumgang come along and maybe other ways to have more interactive tourism between the two Koreas.”

관광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로 북한 정권에 많은 현금이 들어가는 것을 미국이 달가워 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지지할 가능성이 적다는 겁니다.

한국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주 언론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양덕온천지구, 삼지연군 등 3대 사업에 자원과 재원을 집중해 다른 민생사업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관광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를 벌어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관광과 인프라 관련 통계가 거의 없는데다, 원산과 양덕 관광사업에 대한 투자 유치가 국제 기준에 많이 미흡하고 일관성도 없어 현 상황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VOA가 31일 확인한 결과 세계은행의 국가별 관광산업 통계에서 북한은 찾아볼 수 없고, 유엔 산하 세계관광기구(UNWTO)가 소개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관광당국 홈페이지 정보에는 북한 만이 공란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각각 7천800만 명과 1천 535만 명에 달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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