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재 진행 중인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최근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연합훈련 폐기라는 최종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일 신형 전술유도탄 위력 시위 발사를 직접 참관한 자리에서, 발사가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경고 메시지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 조선중앙TV]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신형 전술유도탄 위력 시위발사가 목적한 바 대로 만족스럽게 진행되었다고 높이 평가하시면서, 오늘 우리의 군사적 행동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벌여놓은 합동군사연습에 적중한 경고를 보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에도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뒤 관영매체를 통해, 한국의 공격형 무기 도입과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경고 차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 등 전문가 4명은 안보전문 매체인 `내셔널 인터레스트’ 공동기고문에서, 북한은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 안보 불안과 경제적 제약, 외교적 상황에 따라 달리 대응해 왔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1976년에 시작된 미-한 ‘팀스피리트’ 훈련을 불신의 씨앗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한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이 훈련을 두고 줄곧 `북침연습’이라고 비난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1982년 1월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에서, 이 훈련을 `전쟁 도발을 위한 준비’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1987년에는 이 훈련이 방어적 훈련인 만큼 직접 보고 판단해달라는 미국과 한국 측의 참관 요청에 대해, “훈련 참관 초청은 우롱과 모독이며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미-한 팀스피리트 연합훈련은 지난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미-한 연합훈련을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훈련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대량살상무기와 핵 프로그램 등 공격적 군사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대응해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미-한 연합훈련이 북한의 경제 상황에 줄곧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훈련 기간 동안 모든 군인들이 경제 생산활동에서 제외되고 석유, 석탄 등의 물자가 대량으로 소비된다는 점 때문에 미-한 연합훈련이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항상 부정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한국의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연기된 미-한 연합훈련 재개 문제에 대해,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전례 없는 관대함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당시 김 위원장이 “향후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면 이 훈련들이 재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점을 들어, 북한이 평화적 협상의 가능성이 보일 경우 연합훈련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북한의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북한이 강경한 반응을 보였을 때나 다소 관대한 태도를 보였을 때나 최종적으로 미-한 연합훈련을 없애려는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어, 연합훈련의 강도를 낮추거나 축소, 연기하는 것이 북한에 선의의 메시지를 줄 수는 있겠지만 북한의 언동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하며, 협상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입증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협상 전술로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게 만들 수 있다며, 훈련을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