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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모자 장례 협의 진전 없어...한국 정부와 탈북민 단체 입장차”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장.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장.

서울에서 탈북 여성과 여섯 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들의 장례 절차 협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단체들로 구성된 장례위원회는 다음달 7일 시민장을 치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한모 씨와 여섯 살 아들의 장례 절차를 위한 한국 정부와 탈북민 단체들 간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탈북 모자의 사망에 대한 경찰 조사가 마무리된 만큼 절차에 따라 조속히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탈북민 단체들은 사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이들의 사망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내사를 종결한다고 지난 23일 밝혔습니다.

이에 탈북민 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사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한 씨 모자의 사망 원인을 판단하지 못한 부검 결과가 한국 정부의 책임 회피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장입니다.

[녹취: 허광일 위원장] “통일부에 전제조건으로 우리가 요구하는 게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사인이 아사로 판명 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인불명으로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정정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정부와 협상이 진척될 수가 없어요. 일단 그것부터 사인이 규명 되어야겠죠. 지금 현재로서는 장례 절차에 대한 그 어떤 방향도 논의된 게 없고…”

허 위원장은 이들의 장례를 범국민적 시민장으로 다음달 7일 치른다는 가정 하에 29일 저녁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했다며, 조만간 탈북민들의 입장을 확정해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탈북민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분향소가 아닌 별도의 정식 빈소를 먼저 마련한 뒤 시간을 두고 후속 대책을 논의해 나가자는 입장입니다.

특히 남북하나재단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시간이 걸리는 제도 개선이나 재발 방지 대책과 빈소를 준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장례 절차 진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기자설명회에서 협의 과정 중에 여러 다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며, 탈북민 단체들과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민 대변인] “고인에 대한 최대한 예우를 갖춰서 그런 조문이라든지 장례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탈북민 단체들과 또 원만하게 협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그렇게 할 계획입니다.”

이에 김태훈 ‘한반도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대표는 시민장례위원회에서 한 씨 모자의 장례를 주관할 계획이라며 한국 정부는 이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태훈 대표] “우리는 시신을 우리 장례위원회에서 주관이 되어서 하도록 하면 좋겠는데 그 쪽(정부)에서 협조를 안 하니까 그쪽은 사실 이런 문제에 뭐든 책임이 있는 담당자들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장례를 장례위원회에서 하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 우리는 우리대로 적극적으로 주도해서 그런 생각이죠. 한국 정부는 그러니까 무연고로 처리하겠다는 취지 같은데 그러면서 또 왜 통일부, 하나재단과 의논하겠다는 것인지 저희는 이해를 못하겠어요.”

한편 남북하나재단 고경빈 이사장은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27일 통일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이사장은 자신의 사의 표명은 장례가 늦어지는 데 대한 책임이라며 유족이 아닌 제3자, 즉 탈북민 단체들이 고인의 시신을 이용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2009년 한국에 입국한 한 씨는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여섯 살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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