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미-한 연합군사훈련 무용론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그동안 물밑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주한미군과 연합훈련 재편 요구 또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연합훈련을 노골적으로 폄훼한 건 경솔했지만, 규모와 상징성에 무게를 둔 훈련의 군살을 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주한미군과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비용과 효용성 논란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건 연합훈련을 “완전한 돈낭비”라고 평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주 발언 때문입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25일 미-일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 “I think it’s a total waste of money…They did a modified version of them…But I think it is unnecessary to do, frankly.”
“참모들이 연합훈련이 필요하다고해 수정된 형태의 훈련이 이뤄졌지만 그것도 불필요하다”는 문제의 발언은 동맹보다 경제 논리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전부터 워싱턴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미-한 군사동맹 조정’ 요구에 힘을 싣는 계기도 되고 있습니다.
두 나라 간 통합방위작전 역량 강화 필요성과 동맹의 상징성을 무시한 ‘트럼프 식’ 화법은 걱정스럽지만, 북 핵 협상에서 미국이 모든 패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와 ‘준비태세 현대화’라는 전략적 목표와 겹치는 측면은 주목해야 한다는 실용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냉담함’을 비판하느라 연합훈련의 근본적인 재편 필요성까지 일축해선 안된다는 이런 논리는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대표됩니다.
[녹취: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Those big exercises have a certain role. They're partly about the symbolism of showing the alliance's strengths. They’re partly about just getting a lot of people involved so that we remember all the different moving parts. You know, they're partly just to reinforce the image of the alliances as very big and powerful. Frankly, you can debate whether those are the best uses of resources.”
대규모 미-한 연합훈련은 그동안 “매우 크고 강력한” 동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해왔지만, 재원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여부는 논의해볼 만 하다는 겁니다.
오핸론 연구원은 다만 논란을 불러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의 단어 선택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군 최고사령관이 긴장 국면에 있는 한반도에서 실시되는 자국 군의 훈련을 도발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위험하고 어리석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I don't agree with President Trump's choice of words, I don't believe that a commander in chief of United States armed forces should ever be calling, you know, in a tense environment like Korea, calling our actions, our own actions provocative. I think that's sort of, you know, risky and silly.”
그러면서도 공연히 북침 연습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 훈련을 중단하거나 이를 복수의 소규모 훈련으로 나눠서 실시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와 맞바꾸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 또한 잘못된 게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And So in that context, to suspend those exercises or to ultimately scale them back into smaller individual pieces. I think that's a reasonable debate to have. And if President Trump wants to be willing to suspend our big exercises and exchange for the North Korean sustaining their moratorium on nuclear and missile testing, or if that's even sort of the unspoken trade off, that's to me a reasonable conversation, and President Trump is not wrong to consider that.”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문제 삼아온 주한미군과 연합훈련의 ‘비용’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대표적인 국방비 감축론자 중 한 사람으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방예산 편성에 깊이 관여했던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많은 경우 미군을 다른 나라에 주둔시키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I can tell you from my own days doing this in the Pentagon. In many cases, it's cheaper to have them in another country. Because the country picks up a lot of the costs…And it's cheaper than sort of have put them in, rotate them, you know, when in and out there with their families, and all that. So, you know, saves you money.”
주둔국 정부가 많은 비용을 분담하는 만큼 병력을 미국에 두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손해라는 논리입니다.
과거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참여하기도 했던 코브 전 차관보는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불필요한 것으로 보는 시각에는 미국민들의 심리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And then the other thing is, again, psychologically to the American people, they want to know, why are we doing all this?
부유한 한국에서 미국이 왜 그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기 상황에 대비한 이런 훈련은 가장 “비싸다고”할 수 없으며 병력을 놀리면서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는 것이 가장 비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반면 오핸론 연구원은 주둔국이 기지 건설 비용 등 굵직한 부담을 덜어준다 해도, 병력의 해외 주둔과 무기 이동에 따르는 각종 부대 비용이 추가돼 결국 미군을 국내에 두는 것과 해외에 주둔시키는 것의 비용 차이는 거의 없거나 많아야 5% 미만이라고 추산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It varies case by case. It's usually a pretty close call as to whether we save money or spend a little more money by being based abroad for the same unit, the same, you know, assuming the number of units is going to be in the same of the military regardless, that we're not going to change the size of the military. Just a question of where a given unit would be based here in the United States or abroad. It usually winds up being a pretty close call as to where the costs are greater. And if there is a difference, it's probably usually 5% or less of the total cost of that unit.”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부자나라들의 국방 비용을 떠안고 있다고 비판해온 더그 밴도우 케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더 나아가 주한미군이나 미-한 연합훈련을 명목상의 금액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둔과 훈련의 비용에 ‘약속과 헌신’의 크기가 전체 비용을 늘리는 변수가 된다는 겁니다.
[녹취: 더그 밴도우 케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 In terms of the cost of deployment, I think it's a mistake to simply look at a US deployment as Oh, it's just the cost of having the troops overseas. Every additional commitment you make requires greater force structure, If you're going to agree to defend South Korea, you need greater assets. So It's not just a question of having them deployed to South Korea. It's also a question of whether or not you're going to have that army division, whether you're going to have certain air and naval assets, you know, the more commitments you make, the larger your military has to be. And to me, that's the real cost.”
밴도우 연구원은 주한미군은 단순히 파병의 문제가 아니라 육해공군과 무기 편성 등이 뒤따르는 문제로 방어 공약이 확고할수록 관련 비용 또한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든 면에서 북한 보다 훨씬 앞선 한국은 더이상 미군을 필요로 하지 말고 병력과 장비 등을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며, 미국은 억지력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더그 밴도우 케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 “The point is that South Korea is so dramatically far developed over the North, there is no need for US troops. It is South Korea that should provide the troops, the manpower, the material. Yes, the U.S. as a deterrent effect but there's no reason for the US to do that. More countries are able to defend themselves.”
하지만 전직 관리들을 중심으로 한 워싱턴의 전문가 그룹은 여전히 주한미군과 미-한 연합훈련을 북한의 위협에 대한 결정적인 억지력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진화되고 보완돼 온 연합훈련을 ‘돈낭비’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일축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동맹국과 북한에 전달할 잘못된 신호를 크게 우려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입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 “This is not a waste of money. This is an important investment, developed over many decades, and it has helped maintain peace and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연합훈련을 폄훼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이는 돈낭비가 아니며, 수십년 동안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켜온 중요한 투자라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대규모 군사 훈련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정작 북한에는 비슷한 상호 조치를 요구하지 않아 북한은 그런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담당 차관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관련 사안에 대한 철저한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로 규정하고, 미-한 연합훈련은 두 나라 방어에 모두 중요하다며 북한의 공격 위험과 비교해 결코 비싼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담당 차관대행] “I think it's in the same category as the President's completely uninformed remarks on many other topics at the press conference and beyond. It's just one of many misstatements that the President makes on a daily basis. The talk of the exercises that the US and South Korea do together are important for the defense of both countries. And compared to the risk of attack from North Korea. They are not expensive.”
연합훈련의 조정 가능성과 구체적인 대안을 물밑에서 논의하는 대신 훈련 자체를 공개적으로 평가절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의 기대치를 계속 높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가 김정은에게 미래의 모든 연합훈련을 실제로 중단시키고 미-한 동맹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 “And so Chairman Kim believes there's a chance to cancel all future exercises. And that, of course, would weaken the alliance, which is one of Kim's objectives. So, Chairman Kim thinks that there's an opportunity here to damage the alliance because of Trump’s lack of support, lack of strong commitment to the US-ROK alliance.”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970년대 후반 미 의회와 국무부, 국방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주한미군 철수 공약을 포기했던 전례를 상기시키며, 지금도 의회를 비롯해 미 외교∙군사∙정보 당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비슷한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