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몰수 판결이 미 법원에서 내려지면서, 미 법원을 통한 북한 관련 소송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10여건의 송사에 휘말린 북한 정권은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해 왔는데, 이런 이유로 배상해야 할 금액만 10억 달러가 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정권이 미 법원에 피고소인으로 처음 이름을 올린 건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 연방 법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니코 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의 기업은 1993년11월 미국 뉴욕 소재 로펌을 고용해 북한 정권과 ‘조선흑색금속수출입상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시간이 오래돼 당시 소장 등 주요 문건은 확인이 불가능했지만, 이 소송은 민사로 제기됐으며 뉴욕남부 연방 법원에서 진행됐습니다.
또 미 국무부 영사과 관리가 원고 측에 서한을 보내 미국과 북한이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 게시돼 있는데, 이를 토대로 볼 때 당시 원고 측은 북한을 법정에 세우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이 소송은 약 1년 만인 1994년 12월15일 최종 기각됐습니다.
이처럼 미 연방법원에 북한이 피소된 건 동일 인물에 의한 중복 소송을 포함해 약 10건에 이릅니다.
1990대 첫 번째 소송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0년대 제기된 것으로, 원고는 대부분 북한의 테러 지원 등으로 피해를 입은 희생자들의 가족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1972년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적군파 테러 희생자의 가족인 루스 칼데론 카도나의 소송입니다.
당시 카도나는 북한이 적군파 요원들에게 숙식과 통신 장비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해, 2010년 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2006년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의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북한을 미 법원에 제소한 것도 잘 알려진 북한 관련 소송입니다.
당시 유족들은 북한이 헤즈볼라에 첨단무기와 군사훈련, 무기 관련 시설의 건설 등을 지원했다며, 2010년 헤즈볼라와 북한, 이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4년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현재 배상금 회수를 위해 북한 관련 자산에 대한 추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혼수 상태로 돌아와 숨진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중국에서 납북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 그리고 최근 미 검찰의 대북제재 위반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몰수 소송 등도 북한 정권을 미 법원에 세워 승소한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게 내려진 배상금 총액은 웜비어 가족들에게 내려진 5억 달러를 비롯해 김동식 목사와 카도나 측의 승소액 각각 3억 달러 등 총 10억 달러가 넘습니다.
아울러 현재 미 법원에는 1968년 북한에 납북돼 고문과 구타 등의 피해를 입은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의 소송이 계류 중입니다.
특히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0여명이 소송에 참여한 만큼, 만약 승소 판결이 내려질 경우 배상금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전망입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에 대해서는 ‘외국주권 면제법’에 의거해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은 미국인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은 지난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뒤 2008년 해제했으며,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이 발생한 2017년 다시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자신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에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국제우편서비스인 ‘DHL’을 이용해 북한 외무성에 소장 혹은 최종 판결문을 송달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곧바로 수신을 거부 혹은 반송을 해 왔으며, 수신을 하더라도 이후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럽에서 제기된 한 차례의 소송에만 대응했을 뿐, 연방을 포함한 미 법원에 제기된 소송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ey never answer claims in US...”
북한의 이 같은 대응 방식은 계속해서 자산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스탠튼 변호사는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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