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거듭 연말 시한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 실제로 미-북 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이 위험을 감수하고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이 거듭 강조하는 ‘연말’을 미-북 관계의 실질적 분기점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 think it’s real turning point. The year-end deadline is artificial, but over the year, we have learned that North Korea tens to follow through on its threats. And this one has been repeated so often and so insistently that I think we have to take it as a real deadline in North Korean eyes.”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28일 VOA에, 북한은 지난 1년 가까이 상당히 지속적으로 ‘시한’에 대해 위협해왔다며, 이를 북한이 제시한 실제 ‘시한’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내년에 본격적인 대선 캠페인에 돌입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그 전에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보고,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는다는 겁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북한이 거듭되는 ‘연말 시한’ 언급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 think we should take it seriously. If you look at the current situation, the North’s concerns have not been met and their concerns as outlined by their foreign minister went directly to sanctions relief. Whereas, the US concerns that there’s no extended range particular ICBM missile tests or nuclear weapons tests, those concerns have been met. So even if US were prepared to leave things as they are, there’s no reason to believe that North should have a similar view.”
현 상황을 보면,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실험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지만, 북한은 제재 완화에 대한 자신들의 바람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이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할지라도 북한으로서는 그런 입장이 아닐 것이라고 갈루치 전 특사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간 남은 시간이 없어 보이지만 ‘양날의 검’과 같은 미-북 관계가 다시 두 나라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is is a two edged sward. On the one hand, the President US has claimed diplomatic success in his relations with North Korea. So he is under some pressure not to have the North Korean situation deteriorate. On the other hand, I think the North would understand that the President of US will not wish to look weak in front of the North Korean threat. So there’s incentive here on both sides to come back to negotiating table.”
북한과의 ‘외교적 성공’을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상황이 나빠지면 안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자신들의 위협에 트럼프 대통령이 약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미국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 북한의 셈법에는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을 더 꺼린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며, 북한이 모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 think North Korea will resume the aggressive and provocative actions of 2017 by to longer range missiles and testing nuclear devices. I think that’s what we can see in 2020.”
내년에도 지금의 교착 상태가 이어진다면 북한은 지난 2017년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과 같은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협상 시한을 정해 놓지 않은 미국, 한국과 달리, 공식적 시한을 밝힌 북한은 초조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노퍼 연구원은 북한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앞세운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결속을 강조하며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 나가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노퍼 선임연구원] “So it signals maybe a leveling out and further consolidation on their policy, and it may means that they’re ready to come to the table again and talk.”
다만, 노퍼 연구원은 앞으로 3개월 내 미-북 실무 협상 재개를 포함한 확고한 합의안을 도출한다면 2020년 미-북 관계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탄핵 등 정치적 문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실무 협상의 진전을 전제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정상회담을 보류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5일 ‘스톡홀롬 실무 협상’이 결렬된 이후 미국에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갖고 나올 것을 줄곧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에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영철 부위원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정상 간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올해 말을 무난히 넘겨 보려는 생각은 망상이라며 비핵화 협상 시한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나온 북한의 담화도 모두 비슷합니다.
지난 24일에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미국이 연말을 어떻게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위협했고, 지난 5일 스톡홀롬 협상 직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미국에 권고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연말을 미국과의 협상 시한으로 처음 제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 결렬 한 달여 만인 지난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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