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앞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협상에 탄력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과, 다양한 사안을 다뤄야 하는 부장관 업무의 특성 때문에 북한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국무부 부장관으로 공식 지명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대사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하마평이 나돌았지만, 결국 외교를 전담하는 국무부 2인자 자리에 기용된 겁니다.
비건 대표는 지난해 8월 현직에 임명된 이후 지난 1월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최선희 외무성 제 1부상과 회동했고, 2월 초엔 평양을 방문해 김혁철 당시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실무 협상을 했습니다.
또 지난 10월에도 스톡홀롬에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만나 비핵화 실무 협상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전면에 나섰던 비건 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되면서 장기 교착 상태에 있는 협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됩니다.
특히 비건 지명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신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순한 부장관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비건 대표의 새 직함이 북 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Because he is keeping the portfolio...”
비건 대표가 (부장관 자격으로) 북한 문제에 계속 관여한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장관이 북한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만든다는 걸 의미한다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6자회담의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최선희 외무성 1부상이 비건 대표의 상대로 나선다면 매우 이상적일 수 있다며, 이 경우 해법까진 아니어도 미-북 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매우 좋은 접근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대표는 부장관 직무를 하면서 대북특별대표 역할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비건 대표의 부장관 지명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비건 지명자가 미국의 "북한 관련 노력에서 역량 있는 지도자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비건 대표가 대북특별대표로서 쌓은 북한 관련 경험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 think one of the things that makes him...”
비건 대표는 북한과 관련해 목소리를 냈던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고, 이런 경험이 부장관 직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특히 비건 대표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된 것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비건 대표가 부장관이 돼도 그의 북한 관련 업무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다만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북 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문제만이 아닌 다양한 이슈를 다뤄야 하는 부장관 업무의 특성상 북한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역설적으로 북한이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that they pointed him in that job...”
비건 대표가 매우 유능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의 승진이 국무부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한편으론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외교가 그다지 빨리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부장관에 지명했다는 겁니다.
매닝 연구원은 폼페오 장관이 내년에 장관직을 사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주목했습니다. 이 경우 북한 문제에 대한 비건 대표의 역할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미 언론들은 폼페오 장관이 내년 선거에서 상원의원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사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비건 대표가 장관 대행 자격으로 국무부를 이끌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비건 대표가 장관 대행을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부장관에 지명한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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