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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러 외무차관과 통화...전문가 "북 핵 문제에 중-러 역할 미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이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이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러시아 외무차관이 전화통화를 했다고 러시아 측이 밝혔습니다. 최근 북-중-러 3각 협력이 강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전화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26일 밝혔습니다.

전화통화는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양측은 동북아시아 지역에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나라의 조율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러시아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두 관리의 통화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19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5박 6일 간 북-러 전략대화에 참석해 활발한 대 러시아 외교를 펼친 직후 이뤄진 것입니다.

이렇듯 북-러 관계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북-중 고위급 교류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25일 러시아를 방문한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중-러가 함께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안을 마련했으며 다른 나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위청 부부장은 중-러 양국이 항상 한반도의 정치과정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비핵화 일정을 포함한 한반도 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중-러 3각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주재 대사를 지낸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VOA에, 러시아 주도로 접근 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선희 제1부상의 방러 역시 그와 관련해 타진해보는 과정 중 하나였을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위성락 전 대사] “종래에는 중국이 이야기한 쌍잠정-쌍궤병행 그 안을 가지고 중-러가 상의를 했는데 거기에 러시아의 단계적 접근안이 가미가 되어서 중-러가 공동의 접근안을 낸 바가 있었죠. 그 후에 러시아가 지금 다른 어떤 안을 움직인다고 하니까 그 것과도 서로 부합하면서 러시아가 주장하던 단계적인 접근이라든가 동시적 행동 등이 가미된 것일 수 있죠.”

익명을 요구한 전직 중국 주재 외교관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경제제재 해제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해도 제재 해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전 주 중국 외교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제재 해제 아니에요? 제재 푸는 것을 중국이 어떻게 할 거며 러시아랑 둘이 힘을 합친다 해도 그게 풀어지냐고요. 중국이 러시아와 힘을 합쳐서 한다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자꾸 미국에 밀리니까, 지금 중국 입장에서는 ‘백약이 무효’에요. 어떻게 해도 안돼요. 외교, 경제 쪽에서는 그것은 그렇게 큰 효과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서울대 국제대학원 신성호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이 대미 협상의 지렛대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딱히 북한에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신성호 교수] “자꾸 자기들이 밀리는 것 같으니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하는 차원에서… 근데 러시아가 뭘 보장해주고 중국이 뭘 해줄 수 있겠어요? 북한이 원하는 경제제재 해제도 그렇고 더 나아가서는 정권의 안전보장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편 김인태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체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외환경은 중국과 러시아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계없이 북한은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전략적 환경이고,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북한이 큰 지렛대라는 겁니다.

[녹취: 김인태 책임연구위원] “북한의 체제가 존재하면서부터 시작된 게 중국과 러시아 관계잖아요. 어찌 보면 지금 시점에도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밀착하는 부분이 현재 전략적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겠죠.”

김 책임연구위원은 특히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북-중 고위급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며, 북-중-러 밀착을 통한 전략적 외교 행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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