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러시아와 독일이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을 놓고 충돌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 살해사건에 연루된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중국이 내년 1월 1일을 기해 대규모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했는데요. 관련 내용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독일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와 독일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했는데요. 두 나라가 즉각 이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국방수권법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길래 두 나라가 반발하고 나섰다는 겁니까?
기자) 미국의 국방수권법(NDAA)은 미국의 국가안보 상황과 국방정책을 명시하고 그에 따라 한 해 예산 규모를 책정하고 있는데요. 지난주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20일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된 2020 국방수권법에는 북한, 터키, 시리아는 물론, 현재 러시아와 독일이 추진하고 있는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과 관련된 제재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인가요?
기자) 현재 러시아는 발트해를 거쳐 독일을 잇는 '노드스트림 2' 천연가스관 건설과, 터키를 연결하는 '투르크스트림'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 사업에 참여하는 정부나 기업들은 미국에서의 사업 활동이 금지되고, 미국 기업과 연계된 사업도 할 수 없는 등의 제재를 받게 됩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왜 이런 조처를 하는 겁니까?
기자) 미국은 천연가스관이 건설되면 러시아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유럽의 에너지 안보가 취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에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의 하나로 천연가스 공급을 악용할 수도 있다는 건데요. 미국 정부는 바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부터 초당적으로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에 반대해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미국의 이번 조처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노드스트림 2와 투르크스트림 건설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2일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가 유럽 동맹국들의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기회를 박탈하고 자국산 에너지를 팔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그 누구의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제 사업을 이행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독일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독일 정부도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올리케 데머 독일 정부 대변인은 21일, 미국의 조처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앞서 독일 의회에서 미국의 국방수권법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치외법권적인 제재를 가하려 한다며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독일은 유럽에서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국가들 중에서 천연가스를 생산, 수출하는 나라는 덴마크와 네덜란드 정도이고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요. 특히 독일은 유럽연합 국가들 중에서는 가장 많이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진행자) 노드스트림 2가 건설되면 더 많은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들어가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노드스트림 2는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발트해 해저를 지나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1천200km 길이의 천연가스관인데요. 완공되면 러시아가 유럽에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4분의 1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양국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 병합하면서 군사적 긴장상태까지 치달았습니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 국가들로 가스를 공급해왔는데요.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크림반도 병합 문제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이 천연 가스관 문제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시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듬해부터 노드스트림 2 건설 사업을 적극 추진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럼 우크라이나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우크라이나는 올해 말로 러시아와 가스 공급 계약이 만료되는데요. 지난주, 기존의 가스 공급 운송 계약을 5년 더 연장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양국 정부는 올해가 끝나기 전에 세부 사항을 조율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다른 유럽 국가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노드스트림 2 건설 사업에는 러시아와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에너지 화학 기업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 사업에 참여한 스위스-네덜란드 합작 기업 '올시스'가 21일 건설 사업 관련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사업 강행을 선언하고는 있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 피살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카쇼기 씨 살해 사건으로 기소된 5명의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사우디 법원은 다른 관련자 3명에게는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진행자) 카쇼기 씨가 피살된 지가 1년이 넘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으로 미국 워싱턴에 체류하고 있던 자말 카쇼기 씨는 지난해 10월 2일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사우디 정부가 파견한 암살팀에게 살해됐는데요. 사체가 끔찍하게 훼손된 데다 이 사건의 배후에 사우디 왕가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의 큰 뉴스로 부각됐습니다.
진행자) 왜 사우디 왕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까?
기자) 카쇼기 씨는 평소 사우디 왕실, 특히 사우디의 실세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비판하는 글을 자주 써 사우디 왕실의 미움을 샀다는 의혹입니다. 카쇼기 씨를 살해한 사람들은 빈살만 왕세자의 최측근들로 유엔 독립조사위원회나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빈살만 왕세자가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결론지었는데요.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며 과잉된 충성에서 나온 그릇된 행동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진행자) 당시 사건으로 미국과 사우디 관계도 어려움을 겪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 정부와 무기 수출과 에너지 관련 사업에 공을 들여왔는데요. 카쇼기 씨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이 들끓고 미국 정가에서도 사우디를 제재해야 한다는 비난이 고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는 한편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양국의 동맹 관계는 변함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진행자) 빈살만 왕세자가 직접 이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적은 있습니까?
기자) 빈살만 왕세자는 줄곧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는데요. 하지만 지난 9월 말에는 자신이 시킨 일은 아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도자로서 자신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모든 일은 자신의 감시하에서 일어난다면서, 사우디 정부를 위해 일하는 개인이 벌인 일도 그에 따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은 사람은 총 8명이었습니까?
기자)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은 모두 11명이었는데요. 이 중 일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서방 매체들과 인권단체들이 카쇼기 씨 살인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한 사우디 왕실 고문, 사우드 알카흐타니 수석보좌관도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럼 당시 사건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전 정보책임자는 어떤 판결을 받았습니까?
기자) 아흐메드 알아시리 전 정보기관 부책임자도 이날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습니다. 카쇼기 씨 피살사건의 진상을 조사해온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특별보고관은 23일 트위터에 사우디 법원의 판결은 정의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국제 언론자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 측은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사우디 정부가 5명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으로서 영원히 진실을 덮으려 할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국이 새해부터 수입품 관세를 대폭 인하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가 내년 1월 1일을 기해 860개에 달하는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조처를 단행합니다.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그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매겨왔는데요. 중국 재정부는 23일 성명을 발표하고, 새해부터는 859개 수입 품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최혜국 대우 관세보다 더 낮은 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혜국 대우 관세라는 게 뭔가요?
기자) 어떤 나라가 다른 특정 국가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최고의 우대를 하는 관계를 최혜국 관계라고 하는데요. 무역 부분에서는 일반 관세보다 더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최혜국 대우 관세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끼리는 차등 없이 모두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요. 중국 정부는 새해부터 최혜국 관세보다 관세를 더 낮추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어떤 품목들이 관세 인하 대상에 해당됩니까?
기자) 냉동 돼지고기부터 냉동 아보카도, 목재류는 물론 첨단 정보기술 제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데요. 냉동 돼지고기의 경우, 기존의 12%에서 8%로 대폭 관세가 내려갑니다. 또 당뇨병 관련 약이나 천식 치료제 등 일부 의약품은 아예 관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진행자) 지금 중국은 돼지고기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인데요.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을 휩쓸면서 수억 마리의 돼지들이 살처분되거나 폐사돼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비축량까지 풀며 시장 안정을 도모했지만, 국민의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진행자) 열대 과일인 아보카도도 최근 중국에서 크게 소비가 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보카도는 주로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 생산되는데요. 아보카도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아보카도를 찾는 중국의 중산층 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1년만 해도 중국의 아보카도 수입량은 30여t에 불과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4만6천여t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아보카도에 대한 관세는 얼마나 내려갑니까?
기자) 기존의 30%에서 7%로 대폭 인하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관세 인하 조처는 국내 부족분이나 외국 특산품 등 일상생활 품목이 대거 포함됐다면서 원활한 수입으로 민생 안정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번 조처가 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만 한정되는 건 아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산 제품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해당 수입제품이 다 적용되는 건데요. 특히 이번 조처로 뉴질랜드와 페루, 싱가포르, 파키스탄 등이 많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처의 배경으로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발전을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일부 매체들은 미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 후, 공식 서명을 앞두고 나온 조처로서 미국에 일종의 호의를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