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주목되는 북한 관련 미 법원 판결...푸에블로호 소송, 자유조선 사건 등

미국 사법 당국 차원의 대북 제재 관련 조치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관련된 소송과 재판 등에 어떤 판결이 나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새해 주목되는 미 사법부 차원의 북한 관련 소송과 형사기소 사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2020년 북한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미 사법부의 판결은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의 민사소송입니다.

1960년대 북한에 나포됐다 풀려난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과 가족, 유족 등은 지난해 2월, 억류 당시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에 억류됐던 344일 동안 고문과 구타 등 피해를 입었고,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이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결국 소송을 담당한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지난 10월30일, “북한이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만 원고의 손해 부분을 담은 별도의 의견서를 통해 ‘손해배상금(damages)’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구체적인 배상금 액수 등이 담긴 최종 판결문은 추후 나올 전망입니다.

앞서 미 법원은 2008년 별도로 소송을 제기한 푸에블로 호 승조원 5명에게 6천580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배상금이 책정된다면, 승조원 46명과 가족 89명, 사망한 승조원의 상속인 36 명 등 171명이 최종 참여한 이번 소송의 배상금 액수는 수 억 달러를 상회할 전망입니다.

이후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 정권에 배상금을 청구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 법원으로부터 북한의 5억 달러 배상 책임을 인정받았던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은, 올해 5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일부 배상금을 회수했습니다.

형사법원에 계류된 북한 관련 사건 일부는 2020년 중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해외 북한대사관 습격에 가담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 씨에 대한 송환 심리가 내년 5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반북단체 ‘자유조선’ 소속인 안 씨는 지난 2월 에이드리안 홍 씨 등과 스페인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혐의로 지난 4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습니다.

이후 스페인 정부는 미국 정부에 안 씨 등에 대한 송환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안 씨는 이번 사건 가담자 중 유일하게 체포된 상태로, 만약 미국 정부가 송환을 승인하면 스페인에서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안 씨의 변호인은 안 씨가 북한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송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 긴급 체포된 싱가포르 거주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에 대한 형사 사건도 내년에 주목되는 사법 당국의 조치로 꼽힙니다.

미 검찰은 그리피스 씨가 국무부의 승인 없이 지난 4월 중국을 거쳐 북한을 방문해 ‘평양 블록체인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이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법에 따라 그리피스 씨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송환이 결정된 북한 국적자가 실제 미 법원에 설지 여부도 관심 사안입니다.

앞서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지난 13일 북한에 불법 사치품을 전달하고 이를 위해 자금 세탁을 한 혐의로 체포된 북한인 문철명 씨에 대한 미국의 신병 인도 요청을 승인했습니다.

다만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이 결정에 불복해 상고할 뜻을 분명히 한 상태로, 실제 송환 여부는 항소심이 끝나는 2~3개월 후에 알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최근 북한과의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은행 3곳이 연방 대배심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북 제재와 관련한 또 다른 형사기소 등의 조치가 나올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는 사건도 있지만, 일부 형사 기소 사건들은 내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미 연방 대배심은 북한 해커 박진혁과 중국 단둥훙샹산업개발의 마샤오훙 대표와 고위 간부, 그리고 싱가포르 국적자 탄위벵을 기소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북한 국적자인 박진혁은 현재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체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고, 마샤오훙 등도 미국과 중국 간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실제 송환 등의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탄위벵의 경우 2018년 10월 FBI에 의해 지명수배됐지만, 아직 체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