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주 한인사회가 남북한이 공동설립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을 후원하는 행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교를 목표로 설립된 미주 한인 기독교단체가 평양과학기술대학 학생들에 대한 식량 지원을 위한 음악회를 열고 있습니다.
2010년 첫 수업을 시작한 북한 유일의 국제 사립대학인 평양과기대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남북의 기술 차이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2009년 설립됐습니다.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았지만, 과거 어느 때 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미국인 학생 억류 사망 사건으로 인한 영향 때문인데, 유엔과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의 재정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2017년 9월 미국 정부는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했고, 이에 따라 당시 130여 명 교수진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인 교수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평양과기대의 콜린 맥컬록 대외관계 국장 겸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주 교육전문 매체인 `파이뉴스에, "기본적으로 은행 시스템이 막혀 현금다발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컬록 국장은 일상적인 비용과 식량 공급, 실험실 재료에 대한 자금 문제로 인한 운영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서부 캘리포니아의 한인 기독교단체인 겨자씨선교회가 평양과기대 학생들에 대한 식량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겁니다.
겨자씨선교회 이성호 회장은 VOA에, 평양과기대 식량 지원을 위한 음악회 개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성호] “그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다, 기숙사에서 생활해봤는데, 학생들과 교수들이 밥을 600명이 먹는데,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은 정치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고 평양과기대 급식비를 지원해 달라고 해서. 전유택 총장님이 부탁하셨어요. 지난해 1만 달러 드렸고요, 이번에도 모금하는 거죠.”
이 회장은 선교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법이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호] “선교에는 인도적 차원에서 많이 하는 선교가, 의료 선교와 식량 선교이거든요. 의약품 배달하는 단체가 있고, 식량 지원하는 단체가 있고, 의약품과 식량 두 가지 아이템을 이야기해요. 여러 가지 의복을 주는 분도 있는데, 급식비는 식량 지원이라는 인도적 차원의 선교 아이템에 맞는다고 해서 선교음악회라고 부르는 거고.”
이 회장은 무엇보다 평양과기대 학생들이 향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유택 총장이 소개한 자료를 통해 학생들이 매우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모습도 밝은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음악회를 통해 1만 달러의 모금액을 전달한 데 이어 올해도 1만 달러를 목표로 12일 음악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남북한과 미-북 간 정치 상황 때문에 음악회 개최에 어려움이 있지만, 선교는 정치와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녹취: 이성호] “언제나 분위기가 좋았던 적은 없어요. 그래도 우리는 구름 뒤에 태양이 있다고 보는 거죠.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고 믿는 거고. 그러니까, 한국 역사만 봐도, 삼국시대 지나 통일신라가 됐고, 후삼국시대 지나서 고려가 됐고, 나눠졌다 붙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니니까. 우리는 나눠졌던 붙었던 관계없이 사람을 전도하고, 어디 사는 사람이던지 하나님의 자녀니까, 우리가 섬길 수 있는대로 잘 섬기자는 취지죠.”
겨자씨선교회는 평양과기대 후원 활동으로 인해 불편한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로 송금이 불가능해 미국 내 관련 민간 재단에 기부했고, 이로 인해 선교회 은행계좌가 폐쇄되는 일이 있었다는 겁니다.
[녹취: 이성호] “전화로 인터뷰 몇번 하더니 폐쇄됐다고 연락이 와서, 새로 열라고 해서 새로 열었어요. 작년에. 이번에 또 폐쇄되면.. 그래서 그런가보다 짐작을 할 수 있겠죠.”
평양과기대 후원금 때문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올해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대북 제재의 영향일 것이라는 겁니다.
이 회장은 미국의 대북 제재로 후원금을 평양과기대로 바로 전달하지 못하지만 선교활동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호] “우리 이름이 겨자씨선교회 잖아요.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으면 산을 명하여 움직이라면 움직일 것이죠. 예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어쨌던 우리가 착한 마음으로 좋은 일 하면 좋은 열매가 맺을 거라는 믿음이죠.”
오는 12일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캠벨 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리는 평양과기대 후원 선교음악회에는 한국의 유명 성악가들이 출연해 성가와 서양 가곡 등을 연주하고 미국의 평양과기대 교수들도 무대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행사에서는 미국 시민권자로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는 전유택 총장이 지난해에 이어 연설합니다.
한편 미국과 해외에서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은 미주 한인사회의 후원 활동이 큰 힘이 된다고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 박찬모] “여태까지 미국 시민이 안 가서 곤란한 거 많지만, 수업들도 다 하고, 졸업식도 작년 10월에는 10주년 행사 하면서 국제 학술대회도 성대하게 했어요. 기조연설 중 하나는 노벨상 수상자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요. 아울러 해외 한국에 있는 여러 후원자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죠.”
박 명예총장은 미국의 여행금지령으로 지난 2년 동안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석사 논문심사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 총장에 따르면 평양과기대는 지난해 3월 100 명의 학사와 30명의 석사 졸업식이 있었고, 2명의 대학원생이 영국의 명문 옥스포드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또 평양과기대 10주년 기념식과 미국인 방북 금지로 취소됐던 국제학술대회를 미국인 학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개최했습니다.
박 총장이 공개한 사진 자료에는 평양주재 해외 외교관들이 국제학술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모습이 담겼습니다.
외국인 교수들과 직원들의 공연, 체육대회, 기념식수, 기념 음악 축제 등 다양한 행사 모습입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